▷2년 6개월 뒤인 지난해 1월 이 씨가 대전지검에 구속되면서 밝혀진 범죄 혐의는 다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최종부도 석 달 전인 2006년 4월 경영상태를 숨기고 유상증자를 해 90억 원을 챙겼다. 2005년에는 허위로 연구소 이전 보조금을 신청해 18억여 원을 받았고, 위장거래 기업을 통해 13억 원을 횡령했다. 검찰은 이 씨가 회사에 끼친 손실액이 300억 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망해도 기업인은 잘산다’는 속설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됐던 것은 이 씨 같은 ‘먹튀’가 법의 그물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경영 실패로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고도 거액을 챙기고 떠난 대표적 기업인 7명을 선정했다.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행크 매키넬은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억2200만 달러의 퇴직금과 7800만 달러의 추가 보상을 받았다. 합치면 23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GM의 릭 왜거너와 스타 여성 CEO였던 HP의 칼리 피오리나도 먹튀 CEO에 이름을 올렸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