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토론마당]담뱃값 인상

입력 | 2010-08-19 03:00:00


《담뱃값 인상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입니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내년에 담뱃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고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 6개 단체도 최근 담뱃값 인상 등 강력한 금연 정책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친서민 정책’ 기조 속에 담뱃값을 인상하면 서민층의 부담만 늘릴 뿐이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두 주장을 함께 들어봤습니다.》

[찬] 청소년 흡연감소에 가장 효과적▼
가격인상분을 금연비용으로 쓰면 국민 반감 줄어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흡연자는 무려 1000만 명에 육박한다. 흡연 때문에 매년 5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데 매일 150명꼴이다. 지난해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 인플루엔자로 몇 개월 동안 250명이 숨졌다. 흡연의 피해가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질환, 3위는 심혈관질환이다. 사망원인 1, 2, 3위에 공통되는 요인이 담배이다. 담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 건강을 향상시킬 수 없다.

흡연은 심각한 중독성 질환이라서 혼자 의지만으로 금연하고자 할 때 1년 뒤까지 성공적으로 금연할 확률은 3%에 불과하다. 따라서 선진국도 청소년 흡연예방과 금연을 위해 노력하지만 성인 흡연율이 20∼30% 수준에서 쉽게 내려가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다.

담뱃값 인상은 단일 정책으로 가장 강력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효과가 입증됐다. 세계은행에서는 담배 가격을 10% 인상하면 고소득 국가에서 4%, 저소득 국가에서는 8%까지 담배 수요를 감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의 담뱃값을 10% 올리면 세계적으로 4000만 명이 담배를 끊는다고 추산했다.

담뱃값 인상은 특히 청소년층에서 효과가 컸다. 미국에서는 1995년 36%이던 고교생 흡연율이 2001년에는 25%로 줄었는데 담배가격 인상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에서는 1971∼1991년에 담배가격 인상을 통해 15∼17세 청소년의 흡연율이 47%에서 16%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흡연자 시각에서는 건강을 위한다면서 정부가 세수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늘어나는 세수의 상당 부분을 청소년을 위한 흡연예방사업과 흡연자의 금연을 돕는 프로그램에 사용해야 한다. 금연 성공률을 2∼3배 높일 수 있는 금연약물이 개발돼 있는데 현재 보험 적용이 안 된다. 흡연이 국제질병분류기호에서도 엄연하게 질병으로 분류된 점을 감안하면 명백한 잘못이다.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은 흔히 저소득층은 담배도 못 끊으면서 생계에 부담만 준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금연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수록 중상류층은 흡연율이 낮아지는 데 비해 저소득층은 정체상태가 되므로 흡연율 격차가 벌어진다. 이는 건강격차의 심화로 이어진다.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담뱃값을 인상하지 말라는 것은 저소득층의 건강격차 해소를 포기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금연약물을 지원할 때도 중상류층에게는 보험혜택으로 충분하지만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무료로 해야 한다. 이런 방법이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고 소득계층 간의 건강격차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국립암센터 가정의학 전문의

[반] 진정성 - 신뢰 잃은 反서민 정책▼
국민과 논의 부족… 2005년 인상때도 효과 미미


정부가 2010년 상반기 전국 흡연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 담뱃값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올해 흡연율 목표인 30%에 크게 못 미치는 42.6%를 기록했고 비가격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의견인 듯하다.

필자는 담뱃값 인상이 가져올 근본적인 목표를 정부가 명확히 밝혀 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정부가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릴 경우 흡연율을 선진국 수준인 30%로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극단적인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는 반(反)서민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신뢰의 문제다. 정부는 하반기 국정과제의 핵심 목표가 친서민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서민과의 소통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담배가 건강을 해치는 기호식품 정도로 취급된다는 사실 자체가 서민에게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현실이다.

서민의 고달픔과 애환을 잠시나마 달래 준다는 점에서 기호식품 이상의 가치가 분명 있다. 적어도 담뱃값 인상은 단순한 설문조사에 따른 접근보다 서민의 관점에서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모두가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민의의 문제다. 담뱃값은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서만 조정이 가능하다. 즉 법률에 대한 심의와 의결권을 가진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지 행정부가 임의대로 담뱃값을 정해 인상을 추진하려는 태도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뛰어넘겠다는 발상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상존하는 만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

셋째는 실효성의 문제다. 담뱃값을 올리던 2005년에 잠시나마 흡연율은 감소했지만 1년이 채 안 돼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흡연율이 높다는 연구기관의 내용처럼 서민경제가 특히 어려운 이때 결국 서민 부담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금연조례 제정에 따른 금연구역 확대, 경고문구 표시, 금연클리닉 등 비가격정책을 시행한 지 불과 1,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정책 실효성을 충분히 지켜본 뒤 가격정책을 논의하는 방안이 순리이다. 또한 금연정책에 투입하는 연간 300억 원의 예산을 올바르게 사용했는지, 과연 효과는 있었는지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상의 사항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담뱃값 인상은 조세수입을 늘리기 위한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국민의 인식을 바꿀 수 없다. 인식을 개선할 수 없다면 담뱃값 인상은 친서민 정책을 하겠다고 자임하는 정부의 유일한 반서민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다.

신상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