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현악기, 온도-습도 따라 음높이 변해 현장서 튜닝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나와서 음을 맞추는 것은 악기가 무대로 나오는 순간 음높이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악기의 경우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공간이 바뀌는 것 자체가 튜닝(음 맞추기)의 이유가 됩니다.
많은 사람이 ‘왜 유독 오보에에 소리를 맞추지’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꼭 오보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음높이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악기를 하나씩 ‘빼나가다’ 보면 오보에가 남게 되는 거죠. 먼저 현악기의 경우 자기 자신의 음높이가 잘 변하기 때문에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금관악기는 세게 불면 어느 정도 음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데다 남들이 소리를 다 맞출 때까지 오래 한 음을 끌기도 힘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목관악기 중 하나가 기준이 돼야 하는데 바순은 소리가 너무 낮고 플루트는 소리가 또렷이 집중되기보다 부드럽게 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결국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남는데 클라리넷은 모차르트 시대에야 오케스트라에 끼어들게 된 ‘후배’ 악기죠. 게다가 오보에 소리는 한층 또렷하게 다른 악기의 소리들과 구분됩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기준음의 영예는 오보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오보에도 기준을 양보하는 ‘지존’ 악기가 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먼저 악장(콘서트마스터)이 피아노의 A음을 ‘땅’ 하고 치면 오보에가 그 소리에 맞추고 이어 모든 악기가 이 소리에 음높이를 맞춥니다. 왜 피아노를 오보에에 맞추지 않느냐고요? 피아노의 음높이를 새로 맞추려면 88개 건반마다의 음을 모두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죠.
음을 맞추는 기준이 다른 국악기와 양악기가 합주할 때는 어디에 음을 맞추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악기와 합주할 수 있도록 음높이를 양악기에 맞춘 국악기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반면 국악기에 음높이를 맞춘 양악기는 찾기 힘드니 국악기가 양보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