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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업들 “미래의 아인슈타인 키워라”

입력 | 2010-08-20 03:00:00


독일에서 어릴 때부터 기술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기 위한 비센스파브리크(과학공장)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실험하는 어린이들. 사진 제공 비센스파브리크

독일 서남부 도시 루트비히스하펜의 한 탁아소. 다섯 살짜리 루카스가 자신의 키에 비해 과도하게 큰 앞치마를 두르고 투명한 플라스틱 물통에 빨대로 공기를 불어넣어 거품을 만들고 있다. 루카스가 한 것은 우리 주변이 공기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주는 간단한 실험이다. 그러나 그 함의는 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급격한 기술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독일 기업이 미래의 차세대 엔지니어를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루카스의 탁아소에서 이 프로젝트는 ‘꼬마에서 아인슈타인까지(Vom Kleinsein zum Einstein)’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미 75명의 꼬마가 과학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 보였다.

독일은 7.6%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에도 수학자 공학자 전기공학자 등 기술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공업국 중 하나로서 독일의 지위를 훼손할 수 있을 정도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 독일경제연구소(DIW)의 조사결과 독일 기업은 2009년에만 해도 6만 명의 기술과학 인력 부족을 겪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한 교육시스템과 급속한 고령화로 기술인력 부족은 앞으로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연구소 프로그노스(Prognos)는 2030년경 독일은 520만 명의 전문인력 부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사태를 우려한 독일 시니어 경영자들은 5년 전 아동 기술 교육을 목표로 비센스파브리크(Wissensfabrik·과학공장)를 설립했다. 비센스파브리크는 학교, 심지어 취학 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비센스파브리크가 하는 일은 학교 유치원 탁아소 등과 제휴해 재정지원을 해줄 기업을 찾아 연결해주고, 이들 교육기관에 학습재료를 제공하고 교사를 교육시키는 것이다. 비센스파브리크의 대의에 동참한 기업은 현재 지멘스 티센크루프 콘티넨탈 등 대기업을 포함해 70개를 넘는다.

비센스파브리크와 협력하고 있는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 사프의 창립자 헤닝 카거만 씨는 “성공적인 고용전략은 대학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교육체계 전체, 즉 가정과 유치원에서의 초기 양육단계에서 생애 전체에 걸쳐 장기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한 교육기관을 선정해 후원한 뒤 안정을 찾으면 빠져나가 다른 교육기관을 돕기도 한다. 화학기업 바스프는 2006년 루카스가 다니는 탁아소를 후원했지만 지난해 탁아소 운영자인 가톨릭교회에 그 재정책임을 넘겼다. 바스프는 지금도 유사한 프로젝트에 매년 500만 유로를 쓰고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