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니는 우리에게 정치라는 단어는 비슷비슷한 공약과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 여러 정당으로 나누어 싸우는 ‘분열의 장’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갈등이 불가피한 무한경쟁 사회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색을 띠는 일은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사람들은 너무 쉽게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이 말에는 “나는 쓸데없는 갈등의 장에 뛰어들지 않을 만큼 현명하며 촌스러운 이념 갈등을 초월할 만큼 쿨(cool)한 사람이야”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결국 그 말에서는 정치 참여자에 대한 냉소, 모종의 우월감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의미한다. 결국 내 삶을 남의 결정에 맡기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세상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 혼자 쿨하게 살겠다는 비뚤어진 자유의 표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속한 사회구조가 어떻게 썩어 들어가든 그저 뒷짐을 진 채 바라보고, 같은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에게 짐을 떠넘기는 비도덕적인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정치적 냉소가 민주주의를 좀먹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박상영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