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전시공간 서울 ‘쿤스트독’ 후원하는 김준섭 고문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자리한 비영리 전시공간인 쿤스트독의 공간을 지원하면서 운영을 돕고 있는 김준섭 쿤스트독 고문. 고미석 기자
국내외로 뻗어가는 쿤독의 활동 뒤엔 전문가들의 열정과 함께 예술을 통한 사회적 기여에 나선 개인 후원자의 노력이 숨어있다. 5년째 무상으로 갤러리 공간을 지원하고, 자신이 소유한 용지에 전시를 위한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라이프치히 레지던시 공간을 마련한 주인공은 바로 김준섭 쿤독 고문(48). 주변에서 ‘고문님’이라고 부르는 그와 쿤독의 상호협력은 예술을 통한 사회적 기여의 새 모델을 개척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참여는 OK, 간섭은 NO!
김 고문은 현 갤러리 자리에서 여동생과 함께 아트스페이스 미음이란 전시장을 2년간 운영했다. 한국 미술 현장의 문제를 두루 체험한 그에게 비상업적 갤러리와 미술연구소를 꿈꾸는 예술가들이 한시적 공간 후원을 제안했다. 이들과 오랜 대화를 나눈 끝에 그는 공간 지원을 결심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주차장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콘테이너 전시장. 실험적 전시를 선보이는 쿤스트독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활용되고 있다.
고교 시절 국전 비리 같은 불미스러운 신문기사를 읽을 때면 밖에서 잘못을 비난하기보다 안에서 문제를 개선하는 쪽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업과 부동산업으로 돈을 벌고 까먹기도 해봤다. 외환위기 시절 바닥을 쳤고 그후 재기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사인 몇 번 잘못하면 많은 재산도 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대료 없이 공간을 빌려준 것도 무의미하게 살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초대 쿤독 미술연구소장을 지낸 김승호 씨(김승호 미술연구소장)는 “쿤독을 통해 미술인과 김 고문이 인연을 맺은 이래 문화적으로 열악한 환경이었던 서촌(西村·체부동 통의동 옥인동 등 경복궁 서쪽)에도 문화인이 모여들고 예술 공간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지역도 경제적으로 발전했다”며 “예술 활동을 지원하면 자신이 몰랐던 세계도 새로 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역개발의 활성화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쿤독의 시도는 긍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아닌 개인 후원자가 임대료 수입을 포기하고 금싸라기 공간을 장기간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김 고문은 “모델 없이 시작한 일이라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나는 예술을 미래의 산업으로 본다. 당장은 아니라도 어딘가에 내가 해야 할 일, 나의 몫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라이프치히로, 세계로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갖춘 쿤독 라이프치히는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평가받을까 고민하는 역량 있는 작가를 위한 공간. 한국 작가들이 유럽을 거점으로 세계 미술계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와 쿤독 구성원들의 공동목표다.
“예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장 무얼 얻을까 고민하면 이런 일 못한다. 나 역시 어느 순간 손놓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예술을 지원할 때 적어도 10년 이상 내다봐야 어떤 흔적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