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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할아버지… 말 배우러 온 日의붓손녀 성폭행

입력 | 2010-08-25 03:00:00

아버지도 수차례 성폭행후 도주




“엄마, 죄송해요. 새 할아버지와 새 아버지가 무서워서 못 살겠어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A 양(15)은 최근 이런 편지를 남기고 가출했다. 며칠 만에 딸을 찾은 어머니 이모 씨(50)는 의붓할아버지와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 씨는 먼저 일본 경찰에 남편 김모 씨(44)를 신고했다. 이 씨는 2003년 무역상이던 김 씨와 재혼한 뒤 함께 일본에 살고 있다. 이달 13일에는 한국으로 건너와 부산 서부경찰서에 의붓할아버지 김모 씨(70)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장을 냈다.

경찰 조사 결과 A 양의 말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씨는 2005년 당시 열 살이던 A 양과 막내딸을 의붓할아버지에게 보내 한국의 초등학교에 다니도록 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터라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두 딸은 이 씨의 일본인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국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의붓할아버지가 돌변했다.

2005년 중순 “등을 주물러 달라”며 A 양을 안방으로 불러 성폭행하는 등 2007년 2월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 수십 차례 성폭행을 했다. 2008년 A 양이 잠시 한국에 왔을 때도 자동차와 집에서 수차례 성폭행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엄마에게 말하면 할아버지가 여동생을 때릴까봐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4일 의붓할아버지 김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일본 경찰은 의붓아버지인 김 씨도 최근 A 양을 수차례 성폭행한 사실을 파악하고 도피한 김 씨를 쫓고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