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집단은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파쇼적 역적도당’ ‘파쇼적 극우(極右) 독재정권’으로 낙인찍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 같은 전체주의적 파시즘의 역사와 이론을 보면 한국의 군사정부조차 권위주의 체제이긴 했지만 파시즘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의 한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철지난 레코드’를 계속 틀어대는 것은 전형적인 낙인찍기 수법이다. 하기야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을 보자면 북한은 그런 공세가 통한다고 믿을 만도 하다.
▷우파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현 정부가 임기 반환점에 이를 때까지 주요 정책의 본질을 논의하기는커녕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하지도 못한 까닭은 선동성이 강한 용어를 일부 세력에게 선점당한 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삽질경제’ ‘死(사)대강사업’ ‘부자감세’ ‘귀족학교’ ‘영리병원’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거짓선동과 폭력시위에 엄정히 대처하고 북한 정권보다 주민의 인권을 중시하자고 강조하면 ‘친일세력’ ‘수구 극우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비슷하다. 공병호 박사는 “역사적으로 좌파의 특기 가운데 하나는 공격 대상을 극우로 몰아붙여 강한 낙인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