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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낙인찍기

입력 | 2010-08-25 03:00:00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독재자로 꼽힌다. 유대인 학살의 주역인 나치 독일의 히틀러도 이들에 필적한다. 캄보디아를 ‘킬링필드’로 만든 폴 포트와 북한을 생지옥으로 전락시킨 김일성 김정일 부자(父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반인륜 독재자는 무고한 사람을 ‘인민의 적(敵)’ ‘조국의 적’ 같은 낙인을 찍어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죽였다.

▷김정일 집단은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파쇼적 역적도당’ ‘파쇼적 극우(極右) 독재정권’으로 낙인찍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 같은 전체주의적 파시즘의 역사와 이론을 보면 한국의 군사정부조차 권위주의 체제이긴 했지만 파시즘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의 한국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철지난 레코드’를 계속 틀어대는 것은 전형적인 낙인찍기 수법이다. 하기야 우리 사회의 이념적 혼란을 보자면 북한은 그런 공세가 통한다고 믿을 만도 하다.

▷우파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현 정부가 임기 반환점에 이를 때까지 주요 정책의 본질을 논의하기는커녕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하지도 못한 까닭은 선동성이 강한 용어를 일부 세력에게 선점당한 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삽질경제’ ‘死(사)대강사업’ ‘부자감세’ ‘귀족학교’ ‘영리병원’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거짓선동과 폭력시위에 엄정히 대처하고 북한 정권보다 주민의 인권을 중시하자고 강조하면 ‘친일세력’ ‘수구 극우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비슷하다. 공병호 박사는 “역사적으로 좌파의 특기 가운데 하나는 공격 대상을 극우로 몰아붙여 강한 낙인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오늘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이명박 정부는 일부 세력의 낙인찍기에 뒷북치는 일이 잦았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당한 비판은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체제나 정권 타도라는 속셈을 정책 비판으로 포장하는 선동공세에는 단호히 맞서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다. 미국 저술가 로버트 그린은 “적이 멋대로 당신의 이미지를 지어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그들에게 유리한 도덕적 고지(高地)를 갖다 바치는 것과 같다”면서 “상대의 행동에 푸념하지 말고 적의 위선을 폭로하고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