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선진국 통화 중 유독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일단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대한 압력이 엔화에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 통화와 일본 엔화는 환율 절상을 통해 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는 당위와 책임감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엔화 강세의 두 번째 이유는 달러화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 통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 악화로 안전자산 선호시기에 투자자들이 달러화와 유로화를 선택하는 강도가 약해지는 대신 엔화 매수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달러와 유로화를 줄이고 엔화 비중을 늘리자 해외 투자자들이 이를 따라가는 영향도 있다.
세 번째로 미국 경제가 구조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최근 엔화의 상대적 강세 원인으로 보인다. 경기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추가 양적 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남아 있고, 이는 미국과 일본의 단기 금리차 축소로 반영되고 있다. 일본 경제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일본의 금리는 더 하락하기 힘든 가운데 미국의 국채금리가 어느덧 2% 중반대까지 낮아져 미국과 일본의 국채금리차도 축소되고 있다.
이 밖에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엔화 차입 투자(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수급상 엔화 강세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당분간 미국 경기 부진과 추가 양적 확대 가능성이 높아 엔화의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기 둔화 영향이 일본 경제에 파급되고, 일본 정부의 개입이나 양적 확대 지속 논의로 달러당 80엔을 빠르게 하회하는 초강세보다는 85엔대를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 환율이 역사적 저점인 달러당 80엔을 하회하는 것은 미국의 디플레이션 진입이 확실해지는 경우로 보고 있다. 미국 부동산 경기가 다시 하락하고 고용과 소비 부진 등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면 미국의 취약함을 반영하며 엔화는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엔화의 초강세 현상이 벌어진다면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