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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남승일]아라온호 타고 북극 가보니

입력 | 2010-08-26 03:00:00


북극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지난해 11월 건조된 한국 최초의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가 처음으로 7월 1일부터 두 달 동안 북극해 탐사에 나선다는 뉴스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북극해는 독일이나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같이 쇄빙선을 보유한 국가만이 탐사할 수 있는 특수한 해역이다. 한국도 쇄빙 연구선을 보유함으로써 독자적인 북극탐사가 가능하게 됐다. 지난 20년 동안 독일 및 노르웨이 연구선에 승선하여 국제공동 북극해 탐사에 참가했던 나로서는 이번 북극 탐사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아라온호는 7월 1일 인천항을 출발하여 북극해 제2관문인 베링해협 동쪽에 위치한 알래스카 놈으로 향했다. 놈은 인구 1500명의 에스키모 원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로 19세기 서부영화에 나오는 세트장 풍경을 연상시킨다.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예정보다 하루가 빠른 15일 아라온호에 승선해 17일 오전 10시 역사적인 첫 북극해 탐사를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극지연구의 독립을 마음속 깊이 외치며 놈을 출발해 베링해협을 지나 끝없이 넓은 대륙붕 해역 북쪽으로 항해했다. 7월 18일에는 파도를 가르며 북으로 항해하다 북위 70도 부근에서 처음으로 유빙을 잠시 만났다. 동시베리아 대륙붕에서 떠내려온 얼음이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북극해는 지구온난화로 환경변화가 가장 급격하게 일어나는 해역이다. 축치 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나자 굉음과 함께 아라온호에 부딪치는 두꺼운 얼음이 수없이 부서지면서 양쪽으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북극해 탐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한국의 자랑스러운 쇄빙 연구선으로 북극해 두꺼운 얼음을 깨는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

선상작업은 7월 19일 시작됐다. 북으로 향할수록 다년생 해빙이 두껍게 얼어 있어 더는 항해를 허락하지 않았다. 선상에서 수석연구원을 비롯한 주요 연구원이 위성에서 받은 북극해 해빙분포상황에 대한 검토회의를 거쳐 비교적 해빙이 녹아 있는 북풍 대지(Northwind Ridge) 해역으로 항로를 변경하기로 했다.

그 후 약 20일 동안 북위 78도까지 쇄빙을 하면서 극지연구소의 주요 연구 과제인 해양 물리 화학 생물 지질분야의 작업을 수행하였다. 지구온난화로 주변 대륙의 강수가 증가하여 거대한 강을 통해 북극해에 들어오는 담수와 급속하게 녹는 해빙에서 나오는 담수로 서북극해의 표층 염분도는 대양보다 7∼8‰ 낮았다.

북극해 표층수에 담수의 양이 증가하면 낮은 염분도로 수층 사이에 강한 성층화가 일어나 북극 해수 순환시스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북극해역 상층부의 염분도가 낮아지면 저층으로 가라앉는 수괴의 양이 줄어들거나 정지돼 노르웨이-그린란드 해역에서 심층수의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현상은 몇 년 전에 상영된 영화 ‘투모로우’에서 과장됐지만 잘 그려졌다.

헬리콥터에 탑승하여 북위 78도 해역을 둘러보았을 때 끝없이 하얀 얼음으로 덮인 그런 북극해가 아니라 이미 40% 정도 녹아서 작은 호수와 얼음이 공존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금주에 발표된 위성사진 자료에 의하면 올해 북극해 얼음이 녹은 면적이 최대 40%까지 녹았던 2007년과 거의 비슷했다. 지구온난화로 여름 북극해에서 얼음이 없는 생소한 바다를 항해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라온호로 북극해를 더 정밀하게 탐사하고 관측하면서 지구온난화 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새삼 느꼈다.

남승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