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중국에서 “기존 권위에 반기를 들라”는 마오쩌둥의 선동에 가장 먼저 뛰어나온 집단은 학생들이었다. 전국의 학교마다 혁명조직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열 살 남짓 어린 학생들은 홍소귀(紅小鬼·어린 홍위병)라고 불렸다. 사회정의와 계급의식에 불타던 중학생 류칭은 일본 유학을 갔다 온 교사의 사상성을 비판했다. 교수이던 친구 아버지를 ‘인민의 적’이라며 몰아냈다. 교사와 수업이 사라진 교실은 ‘만리장성 투쟁조’ ‘두려움 없는 붉은 혁명군’ 같은 동아리 차지가 됐다.
▷류 씨는 지금 중국 광둥 성과 말레이시아에 공장 여러 개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그에게 문화혁명에 대한 기억은 ‘잃어버린 10년 세월’에 대한 아쉬움뿐이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경기 평택시에 투자하려던 그가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남긴 말이 있다. “여기 올 때마다 학생시위, 노동자시위를 본다. 한국에서 문화혁명이 일어나고 있나 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정책 수립에 학생들을 제도적, 조직적으로 참여시키는 ‘서울교육 학생참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21세기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학생 자치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 취임식 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추천한 ‘학생 대표’로 나와 “일제고사를 없애주세요” 하고 외쳤던 여중생 같은 아이들이 학생참여위원회에 모일 공산이 크다. 명칭부터 이념, 정책까지 과거 좌파정권의 ‘참여민주주의’를 부활시킬 모양이다.
▷학생(學生)들이 아직 배우는(學) 인생(生)임을 모른다면 곽 교육감에게 교육감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 이유는 이들이 아직은 미성숙해서다. 체벌금지로 교사의 교육력을 무력화하고, 청소년인권조례를 통해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場)으로 만들고, 학생참여위원회로 학생을 정치꾼으로 키우는 ‘좌파교육 3종 세트’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일찍이 “좌파는 학생자치로 교사를 무력화하고, 유치원생도 정책토론을 시켜 혁명전사로 만드는 등 교육을 공산화 전략으로 이용한다”고 갈파했다. 곽 교육감은 전교조로도 모자라 학생들까지 홍위병으로 만들 셈인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