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우려로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국채를 사들이면서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거래가 줄고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산가격 하락과 소비 위축에 따른 미국경제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더블딥 상태”
전미부동산협회(NAR)는 이날 7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27.2% 급락한 383만 채(연율 환산 기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NAR가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는 지난해 7월 이후 500만 건 이상을 유지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주택시장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4월 미국 정부의 생애 첫 주택 구매에 대한 8000달러의 세제지원이 종료되면서 기존주택 판매는 5월부터 다시 줄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전문가들의 예상(465만 채)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400만 채 아래로 떨어졌다. 미 상무부는 25일 지난달 신축주택 판매실적이 27만6000채로 전월의 판매실적 31만5000채와 비교해 1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1963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높은 실업률로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판매와 주택가격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볼 때 미국 주택시장은 더블딥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최소 5%에서 최대 30%까지 미국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높아지는 미국경제 경고 목소리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는 가계 자산가치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심화하는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주택시장 침체는 올해 하반기 미국경제의 성장률을 1%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이 꾸준히 제기해온 ‘일본식 장기불황’이나 더블딥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부쩍 늘고 있다.
○ 출렁거리는 글로벌 금융시장
미국경제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주택시장 침체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타 다우지수가 장중 한때 10,000 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며 전날보다 133.96포인트(1.32%) 하락했다.
유럽 증시도 미국발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날보다 1.48% 하락했으며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도 각각 1.26%, 1.75% 급락했다.
증시를 떠난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 몰리면서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17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2년물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24일 영국과 독일에서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각각 사상 최저치인 2.85%, 2.15%로 떨어졌다. 특히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영국중앙은행이 양적 완화정책(국채 매입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지난해 3월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이 국내 장기채권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국고채 발행금리 또한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23일 8월 국고채 20년물 발행 입찰 결과 가중평균한 낙찰금리는 4.66%로 결정돼 20년물을 발행하기 시작한 2006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