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외국인 매수세가 금리 하락을 촉발시켰다고 말한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우리나라 국공채 보유잔액은 18조 원 증가했는데 8월 한 달 사이에만 5조 원이 늘어난 만큼 외국인 매수강도가 강해졌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채권가격의 급등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최근 10년짜리 국채수익률이 1년 전보다 각각 1%, 0.8% 떨어진 2.46%와 2.85%로 금융위기 직후 사상 최저 금리에 육박하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의 채권형 펀드수익률이 연초 이후 8%대로 치솟았다. 주식보다 짭짤하다. 당연히 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리고 있다. 미국은 올해 주식형 펀드에서 70억 달러가 환매되었지만 채권형 펀드로는 1910억 달러가 유입되어 채권투자가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사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투자자들은 가격 상승으로 재미를 볼 수 있고, 빚을 내 살림하는 당국이나 채무자는 이자부담이 경감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예금생활자에게 금리 하락은 악몽이며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영할 일이 아니다.
특히 장기채권 수익률의 급속한 하락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7%에 육박할 정도이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는 상위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이렇게까지 떨어지고 있음은 자산시장이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정도 금리 수준에서 버블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환투기성’ 국채매수가 금리 하락을 가속화하고 이것이 또 다른 채권매수를 부르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예상하지 못한 수준만큼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도전을 받지만 자산운용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외국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초저금리, 저수익률, 그리고 안전자산에 대한 극심한 쏠림현상이 자산 버블 형성의 최적 환경임을 이해한다면 최근의 지나친 금리 하락은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