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돌려드리고 봉사의 길 찾겠다”
세상의 많은 오해와는 달리 스미스는 결코 이기심을 찬양하지 않았다. 그는 덜 알려진 저서인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바로 연민, 동정심,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류의식이다. 그는 이러한 천성을 공감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관심이야말로 사회의 구성원리로 보았다.
얼마 전 6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김영란 대법관의 모습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 개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주어진 칼을 돌려드리고 봉사의 길을 찾겠다”는 김 대법관의 말은 사회지도층의 미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다른 대법관은 퇴임 후 대부분 변호사를 개업하고 막대한 수임료를 받는다. 로펌 고문으로 불법비리 사건을 맡아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대법원 관련 사건을 맡는다. 모두 전관예우 때문이다.
대법관이 퇴임 후 여유 있는 수입을 얻고자 하는 동기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관예우라는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종신직인 연방대법원 판사가 은퇴하면 ‘시니어 지위’를 갖고 급여 전액을 그대로 받는다. 일본의 판사도 73세에 퇴임하면 연금을 받아 생활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 판검사가 변호사를 개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라미드식 승진 시스템으로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조직문화와 판검사에 비해 보수차이가 큰 점도 이유가 된다. 돈벌이에 급급하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판검사의 신분과 처우 개선, 퇴임 후 공익활동의 방안,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의 강제력, 양형기준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위공직자가 지나친 욕심보다 스스로 공공선을 선호하는 결단, 지혜, 미덕이다.
탐욕 넘치는 세상에 신선한 울림
김윤태 고려대 교수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