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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윤태]김영란 대법관의 아름다운 퇴장

입력 | 2010-08-27 03:00:0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많은 경제학자는 이기심이야말로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도덕적으로 저열하고 부끄러운 본능이었던 이기심이 찬양을 받는 일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탄생과 맞물려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빵 제조업자의 이타심이 아니라 돈을 벌려는 이기심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기심 예찬이라고 볼 만한가.

“칼 돌려드리고 봉사의 길 찾겠다”

세상의 많은 오해와는 달리 스미스는 결코 이기심을 찬양하지 않았다. 그는 덜 알려진 저서인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바로 연민, 동정심,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류의식이다. 그는 이러한 천성을 공감이라고 불렀다. 사회적 관심이야말로 사회의 구성원리로 보았다.

이기심이야말로 경제성장과 사회진보의 기반이라고 찬양한 사람은 스미스보다 조금 앞서 살았던 버나드 맨더빌이라는 학자이다. 그는 ‘꿀벌의 우화’에서 인간은 사치, 자만, 탐욕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고 보았다. 사회의 미덕은 악덕에 바탕을 둔 위선에 불과하며 모두 이기적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본성에 따른 자기사랑은 인정했지만, 미덕과 악덕의 구분을 없애는 맨더빌의 주장을 맹비난했다. 그는 지나친 이기심을 싫어하는 감정이야말로 사회정의의 바탕이 된다고 반박했다.

얼마 전 6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김영란 대법관의 모습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 개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주어진 칼을 돌려드리고 봉사의 길을 찾겠다”는 김 대법관의 말은 사회지도층의 미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다른 대법관은 퇴임 후 대부분 변호사를 개업하고 막대한 수임료를 받는다. 로펌 고문으로 불법비리 사건을 맡아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대법원 관련 사건을 맡는다. 모두 전관예우 때문이다.

대법관이 퇴임 후 여유 있는 수입을 얻고자 하는 동기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관예우라는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종신직인 연방대법원 판사가 은퇴하면 ‘시니어 지위’를 갖고 급여 전액을 그대로 받는다. 일본의 판사도 73세에 퇴임하면 연금을 받아 생활한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 판검사가 변호사를 개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라미드식 승진 시스템으로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조직문화와 판검사에 비해 보수차이가 큰 점도 이유가 된다. 돈벌이에 급급하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판검사의 신분과 처우 개선, 퇴임 후 공익활동의 방안,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의 강제력, 양형기준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위공직자가 지나친 욕심보다 스스로 공공선을 선호하는 결단, 지혜, 미덕이다.

탐욕 넘치는 세상에 신선한 울림

김 대법관은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 대법관은 “사람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판사라는 직업을 통해 슬픈 사람의 눈물을 얼마나 닦아주고 답답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얼마나 풀어주었는지 항상 자문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마음에서 스미스가 강조한 미덕이 떠오른다. 30년 동안 법관의 길을 걸어온 김 대법관이 정점에서 내려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크게 기대된다. 성공을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에게 새로운 본보기가 되어주기를 기원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