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광고 없앤 구글 메인화면… 모순깨는 ‘생각실험’ 통해 탄생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다. 그가 집대성한 과학적 정리들은 그의 사후 2000여 년간 유럽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중 하나가 ‘자유낙하에 대한 이론’이다. 무거운 것은 빨리 떨어지고 가벼운 것은 천천히 떨어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지만, 무려 두 세기에 걸쳐 서구 문명을 지배하는 논리로 군림해왔다.
이 논리에 최초로 반기를 든 사람이 바로 갈릴레오였다. 비록 중세의 과학관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들어 놓은 우주관에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갈릴레오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생각 실험(Thought Experiment)’, 즉 모순된 현상을 발견하고 그 핵심을 간파해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통해 약 두 세기 동안 지속돼 왔던 모순을 단숨에 논파해버렸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유낙하에 대한 이론, 즉 무거울수록 빨리 떨어진다는 이론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들으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건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종이를 펼쳐서 떨어뜨리면 천천히 떨어지지만 뭉쳐 떨어뜨리면 같은 무게인데도 더 빨리 떨어진다. 이런 현상을 보면 이 이론에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현상을 비단 갈릴레오만 발견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유낙하 이론에 위배되는 사건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지만 아무도 이를 구체적으로 탐색하거나 증명하지 않았다.
1. 무거운 것은 빨리 떨어지고 가벼운 것은 천천히 떨어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이 맞는다고 가정하자.
2. 그렇다면 그 둘을 묶어서 떨어뜨려 보자. 그렇게 되면, 무거운 것은 빨리 떨어지려 하고 가벼운 것은 천천히 떨어지려 하니, 이 둘을 묶어 놓은 것은 평균의 속도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3. 그러나 묶어 놓은 이 돌은 이미 무거운 돌 하나보다 더 무겁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유낙하에 대한 이론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갈릴레오는 이처럼 모순된 현상을 발견하고 그 핵심을 간파해 대안을 제시하려는 머릿속의 노력을 ‘생각 실험’이라고 불렀다. 갈릴레오의 생각 실험은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문제들도 생각 실험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처음의 모순을 극복하게 된다.
구글은 사람들이 ‘정보’를 보고 싶어 하지 ‘광고’를 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돈을 내는 기업은 광고를 먼저 제공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주지했다. 상호 모순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모순의 핵심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광고는 싫어하지만 필요한 광고는 좋아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편광필름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소비자에게 편광필름 광고는 광고라기보다 정보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에게 여행용 선글라스 광고는 불필요하다. 바로 이 점이 구글이 발견한 모순 해결의 돌파구였다.
구글에서 첫 화면은 오직 소비자를 위한 깨끗한 화면이 제시된다. 그러나 원하는 키워드를 치고 나면, 그 키워드에 적합한 정보와 제품 광고가 제시된다. 이때에는 제품 광고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반가운 존재가 된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초기의 모순을 해결할 뿐 아니라 소비자, 기업, 포털 모두가 행복해지는 시너지 효과까지 유도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모순이 충돌한다. 사람들은 많이 먹고 싶어 하지만 살찌는 것은 싫어한다. 좋은 제품을 원하지만 비싼 것은 싫어한다. 건강은 원하지만 운동은 싫어한다. 성적은 올리고 싶어 하면서도 공부하기는 싫어한다. 이 모든 것이 다 모순이다. 남은 것은 모순이 발생하는 핵심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해결되면 대박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갈릴레오의 생각 실험이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모순을 발견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생각 실험(Thought Experiment)’은 혁신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구글도 소비자들이 겪는 모순을 잘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 성공을 이뤄냈다. DBR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