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악인들의 다툼이 해외 산악계에 좋게 비칠 리 없다. 한국 산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게 뻔하다. 오은선의 요구를 두고 물귀신 작전이라 비난할 수도 있다. 억울하게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등정 논란이 터진 뒤 8개월을 침묵했던 대한산악연맹이 오은선을 참석시키지도 않고 결론을 내린 건 분명 성급했다. 오은선이 ‘한 번 다 까보자’는 식으로 대응한 것도 사람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칸첸중가 등정 의혹은 정상 사진이 불명확하고 등정 루트가 번복되는 등 많은 문제가 꼬여 있다. 여기에 속도 경쟁을 하듯이 산을 오르는 것이 ‘진정한 등정인가’ 하는 고산 등반에 대한 철학의 차이까지 합쳐졌다. 커져 버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사안의 핵심부터 풀어야 할 듯하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이나 해명하는 쪽 모두 후보가 될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양측 중 누군가는 잘못 기억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럼 최면 수사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최면 수사는 의도적으로 기억하기를 거부하는 경우엔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히 그럴 일은 없다. 우리가 아는 그들은 모두 분명히 강조했다. 히말라야 신 앞에 당당하다고. 부처님께 부끄럼이 없다고. 양심을 걸고 확신한다고.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