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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자의 거짓말, 끝까지 추적하는 사회 돼야

입력 | 2010-08-31 03:00:00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결정적으로 낙마시킨 것은 박연차 씨를 알게 된 시기나 관사 도우미로 도청 직원을 쓰고, 부인이 관용차를 타고 강의를 하러 다닌 행위 자체보다는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둘러댄 거짓말이었다. 스스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말했듯이 거듭 말을 바꾸면서 전도가 유망하던 40대 젊은 총리 후보자는 싸늘해진 민심을 돌릴 수 없었다.

공무원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봉급 받고, 세금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는 공직자다. 국민이 채용한 공직자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국민을 속이는 행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작년 7월 이 대통령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골프여행과 관련해 거짓말한 것이 드러나자 “다른 곳도 아닌 검찰 최고책임자가 국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내정을 취소했다. 그런데도 공직자들의 거짓말이 이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아직도 못 믿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군이 여러 차례 말을 바꾼 행태도 큰 영향을 미쳤다. 폭침 발생 시각이 계속 바뀌고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놓고 새떼와 반잠수정으로 오락가락하니 군 당국의 발표를 불신하게 된 국민이 늘어난 것이다. 남북문제에서도 청와대는 작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보도가 나온 다음에야 “다 지난 얘기인데…” 식으로 사실을 인정했다. 남북관계의 투명성을 유독 강조했던 정부의 표리부동(表裏不同)이기에 국민은 더욱 허탈하다.

야당도 정부 여당의 거짓말을 탓할 자격이 없다. 2009년 미디어관계법 통과 때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석을 돌아다니며 반대투표 버튼을 마구 눌러놓고 동영상 공개 전까지 “투표 방해나 조작이 없었다”고 잡아뗐다. 박지원 씨(현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2002년 대북송금 의혹이 제기되자 “단돈 1달러도 보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김정일에게 4억50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한 것이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99년 국정원 정보통신부 법무부 등 3개 부처가 ‘휴대전화는 감청이 안 됩니다’라고 신문광고를 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동아일보가 보도한 휴대전화 도청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2005년 도청 사실이 확인됐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도덕성의 문제를 넘어 정책을 왜곡하고 국민의 선택을 그르쳐 민주주의를 교란하는 결과를 빚는다. 국민을 속인 공직자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거짓말이 사면되지 않는다. 거짓말하는 공직자와 정치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국민이 심판하는 나라라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