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게임-위기관리 괄목성장…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캐나디안오픈 나흘내내 동반플레이 신지애 3타차 2위
거칠 것 없을 것 같던 미셸 위의 앞에는 작지만 큰 산이 있었다. 156cm의 단신에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채 240야드도 되지 않는 신지애(22·미래에셋)다. 지난해 신인왕 대결에서 미셸 위는 914포인트로 3위에 그치며 1602포인트를 얻은 신지애에게 완패했다. 올해 5월 열린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8강전에서도 신지애에게 2홀 차로 뒤져 탈락했다. 하지만 확 달라진 미셸 위 앞에서 천하의 신지애도 맥을 추지 못했다. 미셸 위는 30일 캐나다 매니토바 주 위니펙의 세인트찰스CC(파72·6572야드)에서 캐나디안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내내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었다. 첫 정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9개월 만의 우승이다.
○ 천재 소녀의 화려한 부활
○ 이번 대회만 같아라
미셸 위는 장타 능력에 비해 쇼트 게임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4라운드 통틀어 퍼트 수는 115개(라운드당 28.75타)였지만 4라운드에서는 결정적인 퍼트를 쏙쏙 홀에 집어넣었다.
벙커샷도 좋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3차례 볼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100% 세이브에 성공했다. 290야드가 넘는 장타를 앞세워 파5 홀에서 8개의 버디를 낚았다. 첫 라운드 11번홀에서는 생애 두 번째 홀인원을 하는 등 운도 따랐다. 이번 대회만 같다면 ‘천재 소녀’라는 별명에 걸맞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셸 위는 “퍼트 연습을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며 “이번 우승은 나 자신을 믿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은퇴 이후 대형 스타 부재에 시달리던 LPGA 측은 미셸 위의 선전을 크게 반기고 있다. 오초아가 떠난 뒤 세계 1위 자리는 신지애와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등이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단숨에 세계 7위로 뛰어오른 미셸 위도 1위 쟁탈전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