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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最古15세기 학봉장군 미라의 비밀, 과학으로 풀었다

입력 | 2010-08-31 03:00:00

고려대 정광호 씨 박사논문




대전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학봉장군 미라. 뒤쪽 미라는 2004년 함께 발굴된 학봉장군의 증손자뻘 후손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조선 초기 무관 집안의 부부는 육류와 채소를 골고루 먹는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고 있었고 민물 생선회를 즐겨 먹었다. 남편은 중증 폐질환을 앓아 애기부들 꽃가루를 약으로 먹었고, 부인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됐었다.

2004년 5월 대전 중구 목달동 송절마을의 여산 송씨 문중의 묘역에서 발굴된 15세기 학봉장군 부부 미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인 이들 부부의 생활습관과 병력이 첨단과학의 힘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확인된 다른 미라는 모두 16세기 이후의 것이다.

치과전문의 정광호 씨(47·서울 정광호치과원장)는 이들 부부의 사망 연령과 원인, 생활 방식과 생존 당시 앓았던 질환 등을 추적해 2010년 1학기 고려대 의과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학봉장군 부부미라의 고병리학적 분석’을 통해 30일 발표했다.

남편 미라는 현재 대전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에, 부인 미라는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에 보관돼 있다. 학봉장군 미라에서 ‘학봉’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인근의 마을 이름을 딴 것이고, ‘장군’은 부부 미라와 함께 발견된 증손자뻘 후손의 미라가 조선 초기 종3품 벼슬을 지낸 무관으로 알려져 덧붙었다.

정 원장은 고려대 의대 김한겸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육안 및 현미경 관찰,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의학적 검사, 내시경 검사 등의 방법으로 이들 부부의 삶을 추적했다. 학봉장군의 족보와 치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학봉장군은 1420년대에 출생해 42세쯤 사망했고 부인은 50대 초반인 1468년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학봉장군은 167.7cm의 키에 턱수염과 콧수염이 발달한 외모였고 흰머리가 조금 있었다. 그의 식도와 위 등에서 많은 양의 애기부들 화분(꽃가루)이 검출됐다. 허준의 ‘동의보감’ 등에서 이를 포황(蒲黃)으로 부르며 각혈을 지혈하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기록한 점, 미라 내시경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학봉장군이 생전에 기관지 확장증과 같은 중증 폐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정 원장은 미라의 기관지에서 음식물과 애기부들 꽃가루가 나온 점으로 미뤄 사망원인을 기도폐색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정 원장은 또 부인 미라의 치아와 뼈에서 추출한 유전자(DNA)를 분석해 동물의 소변이나 오염된 물과 음식물에서 감염될 수 있는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됐음을 알아냈다. 이를 통해 당시에도 식중독을 일으키는 수인성 전염병원균이 존재했음이 밝혀졌다. 부부의 위와 장에서 간흡충란이 발견돼 민물고기를 날로 즐겨 먹었으며 장 내용물에서 육류와 채소류가 골고루 발견돼 균형 잡힌 식생활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렙토스피라균과 간흡충란이 미라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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