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업자’ 사라진 서울 수유시장 상인들 찾아보니
대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수유시장 상인회 총무(왼쪽)가 돈을 빌려간 같은 시장 상인으로부터 ‘일일 상환금’을 받고 있다. 상인회는 미소금융의 재원을 지원받아 연 4.5%라는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주고 일수 방식으로 매일 조금씩 대출금을 돌려받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재래시장만큼이나 역사가 긴 시장의 일수업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전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에 이어 수유시장에서도 일수업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세 곳 모두 미소금융의 재원이 투입된 곳이다. 이 때문에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미소금융이 고금리 사채인 일수를 몰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깊고도 무서운 일수 관행
“100만 원만 빌려줘요.” 상인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일수업자에게 ‘SOS’를 쳤다. 한 상인은 “어떤 일수업자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이 알려지면 너 나 할 것 없이 그 일수업자에게 손을 내밀었다”며 “소문 때문에 일수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전했다.
일수의 덫은 깊고도 무서웠다. 상인들이 빌린 돈은 많아야 100만 원이지만 100일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금리도 100일간 20%로 높았다. 예컨대 100만 원을 빌리면 하루 1만2000원씩 모두 120만 원을 갚아야 했다. 연 이자로 환산하면 70%의 살인적인 고금리였다. 그래도 일수를 끊기가 쉽지 않았다. 급전이 필요할 때 손쉽게 일수업자에게 바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사가 안 됐던 건 아닌데 일수에서 벗어나는 데 20년이 걸렸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돈을 버는 족족 일수업자에게 이자로 바친 거지 뭐….” 수유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이모 씨(65·여)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소금융에 ‘일수’ 서서히 밀려나
이상근 수유시장 상인회장은 “영세한 시장 상인들에게 일시에 큰돈을 갚으라고 하면 서로 부담이 될 것 같아 아직까지는 일수 방식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자율이 일수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만큼 상인들의 호응도 높다”고 전했다.
▼ 전국 재래시장 ‘이자 전쟁’ 한창 ▼
일수업자를 몰아낸 데에는 상인회가 내건 자격 요건도 한몫을 했다. 미소금융을 대출받기 전에 일수부터 정리하라고 요구한 것. 이에 맞서기 위해 일수업자들은 100만 원을 100일간 빌렸을 때 원금과 이자를 합쳐 하루 1만2000원씩 받던 것을 1만1000원 정도로 낮춰보기도 했다. 그러나 미소금융의 ‘금리경쟁력’에 밀려 결국 수유시장을 떠나야 했다. 같은 조건으로 미소금융을 빌릴 경우 원금 외에 이자부담은 1만2300여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른 재래시장 확산 여부 주목
이런 현상은 수유시장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대전의 도마큰시장, 서울 영등포시장 등 미소금융의 재원이 투입된 여타 시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해 최근 발족한 미소희망봉사단을 재래시장 대출인력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전국 176개 재래시장에 128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 대통령 미소금융 개선책 지시
▲2010년 7월2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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