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신이 설계하지 않았다… 스스로 창조해 갈뿐”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사진)는 찰스 다윈이 생물학에서 창조자의 필요를 제거했듯이 새로운 물리학 이론들이 우주를 위한 창조자의 역할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발행하는 과학월간지 유레카는 2일 곧 출간될 호킹 박사의 책 ‘거대한 설계(Grand Design)’의 일부를 발췌해 독점 게재했다. 창조론자의 지적 설계(Intellectual Design)를 염두에 둔 듯한 제목의 이 책에서 호킹 박사는 “우주에는 창조자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노”라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빅뱅(대폭발)은 물리학적 법칙의 불가피한 결과이지 신의 손이나 우연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중력과 같은 법칙이 있기 때문에 우주는 무(無)로부터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 같은 자발적인 창조가 무가 아닌 유(有), 즉 우주와 우리가 존재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종이에 불을 붙여 우주를 폭발시키는 신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새 책의 내용은 호킹 박사가 과거 종교에 관해 표명했던 견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는 1988년 쓴 베스트셀러 ‘시간의 짧은 역사’(국내 번역본은 ‘시간의 역사’)에서 창조자 신이 우주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당시 책에서 “우리가 완벽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 이론은 인간 이성의 최후 승리가 될 것”이라며 “그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호킹 박사는 미국 물리학자 레너드 믈로디노프와 공저로 9일 출간될 새 책에서 ‘우주는 혼돈(chaos)으로부터 생겨날 수 없고 따라서 신에 의해 창조됐음이 틀림없다’는 아이작 뉴턴 경의 신념을 무너뜨린다. 호킹 박사는 “최초의 일격은 1992년 태양과 다른 별을 돌고 있는 행성이 관찰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이 갖고 있는 조건의 절묘한 일치, 다시 말해 하나의 태양, 그리고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의 거리와 태양 질량의 운 좋은 결합이라는 조건이 지구가 인간을 위해 주의 깊게 설계됐다는 증거로서는 과거보다 훨씬 덜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와 같은 다른 행성만이 아니라 다른 우주도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들어진 신’이란 책을 써 무신론을 옹호한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의 내용을 단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인간만이 아니라 바로 그 자연을 위한 다윈주의로 묘사하면서 출간을 환영했다. 도킨스는 “나는 물리학의 세부 내용을 잘 모르지만 나 역시 (호킹 박사와) 똑같은 것을 가정해 왔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물리학이 모든 것의 이론, 자연의 모든 특성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틀을 구성할 순간에 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한 이론은 아인슈타인 이후 모든 물리학자가 추구해온 성배였지만 지금까지 원자 이하의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화해시키지 못했다. 호킹 박사는 “일종의 끈 이론(string theory)인 M 이론이 이 목표를 이룰 것”이라며 “M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하고자 했던 통일 이론”이라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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