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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카페]‘오은선 완등은 논쟁 중’ 홀리 입장은 변함없는데…

입력 | 2010-09-04 03:00:00


“오은선의 칸첸중가 정상 사진은 어디에서든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카트만두 외곽에서 촬영한 것일 수도 있다.”(8월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우리는 ‘논쟁 중’이라고 기록된 등정을 모두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3일 연합뉴스 인터뷰)

오은선의 칸첸중가 미등정 논란에 대해 엘리자베스 홀리 씨(86·사진)가 최근 언급한 내용이다. 1963년부터 네팔에 머물며 히말라야 고봉 등정 기록을 정리해온 홀리 씨의 한마디는 산악인들 사이에서 높은 신뢰도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홀리 씨가 국내 두 언론에 한 발언은 언뜻 상반되게 들린다. 괜히 혼란만 더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홀리 씨는 변한 적이 없다. ‘오은선의 사진은 어디에서나 찍을 수 있다’는 말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귀에는 확 들어올 만하겠지만 정상 사진이 불명확하다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언급하며 빗댄 말에 불과하다. ‘논쟁 중’인 기록도 성공한 것으로 친다고 말한 것도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홀리 씨의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는 논쟁 중 표시뿐 아니라 등정에 대한 ‘True/False(참/거짓)’에서 ‘False’로 기록된 사람도 등정자로 집계한다. 홀리는 5월 3일 네팔에서 기자를 만나 “논쟁 중이기 때문에 논쟁 중이라고 기록한 것이다. 의혹을 제기한 쪽이 의혹을 철회하지 않는 한 논쟁 중 표시를 지울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홀리 씨가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정했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게 알려졌다. ‘홀리 씨가 인정했다’는 말이 국내에 퍼진 건 오은선이 안나푸르나를 등정한 후인 5월부터다. 이때도 “14좌 완등을 축하한다”는 홀리 씨의 말을 일부 언론이 ‘14좌 완등 인정’으로 제목 붙이며 퍼져 나갔다. 하지만 홀리 씨의 말은 14좌 완등을 했다면 축하한다는 인사였다. 이후 오은선이 홀리 씨에게 인정받았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잘못이지만 홀리 씨의 말과 오은선의 반응 모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집중적으로 내보낸 지난해 12월 기자회견 때 발언은 홀리 씨가 칸첸중가 논란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이전의 일이다.

일부에서는 누가 홀리 씨에게 그런 권위를 준 것이냐며 홀리 씨에게 매달리는 분위기를 비판한다. 하지만 홀리 씨는 권위를 내세운 적이 없다. 적어도 칸첸중가 미등정 논란에 대해 “나는 기록자일 뿐”이라고 말한 현재로선 그렇다. 권위를 부여한 것도 거기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산악인과 언론이었다. 아전인수식의 해석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