衣帛의 衣는 동사다. 黎民은 黔首(검수)와 같아, 冠帽(관모)를 쓰지 않은 검은 머리의 일반 백성을 가리킨다. 然은 앞서의 상황을 되받는다. 然而는 ‘그러고도’이다. 不王의 王은 왕 노릇 한다는 뜻의 동사다. 未之有는 이제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말이다. ‘쉰 살의 사람이 비단옷 입는다’는 말을 생략하고 일흔 살 사람이 비단옷 입고 고기 먹는다고 말한 것은, 중한 사례를 들어 경미한 사례를 그 속에 포괄시킨 것이다.
이에 앞서 맹자는 ‘養生喪死에 無憾이 王道之始也니이다’라고 했다. 그 말이 긍정어법인 데 비해 여기서는 부정어법으로 같은 내용을 달리 표현했다. 앞서는 王道之始를 말하고 여기서는 王道之成을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되, 실제 내용은 같다. 이때 ‘養生喪死에 無憾이라’에 대응하는 말이 ‘七十者衣帛食肉하며 黎民이 不飢不寒이라’인데, ‘喪死’의 사항이 빠지고 대신 ‘黎民이 不飢不寒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종합하면, 맹자가 왕도의 시작이자 완성으로 본 것이 ‘養生喪死’와 ‘黎民不飢不寒’에 있다고 하겠다. 한문에서는 이렇게 앞과 뒤를 얽어 전체를 말하는 互文(호문)의 표현이 많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