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매매 - 자산관리 - IB - 세일즈&트레이딩 집중임기영 사장이 변신 주도… 2년8개월만에 시총 1위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최근 국내 최대 규모로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의 트레이딩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총 210여 명이 상주할 수 있는 이 센터를 중심으로 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분야를 강화해 5년 뒤 1조 원의 영업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사진 제공 대우증권
지난해 실적이 나오자 경쟁사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채권가격이 크게 요동친 1분기(4∼6월·3월 결산법인 기준) 실적이 나오자 이들은 말문을 닫았다. 한 분야만 잘해서 얻은 ‘깜짝 실적’이 아니라 전 분야의 고른 실력이 뒷받침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우증권이 지난해와 올해 뛰어난 실적을 과시하며 1990년대 말 이후 잃어버렸던 ‘증권업계의 명가(名家)’ 자리를 되찾았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 6월 취임한 임기영 사장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신 전략이 있었다.
증권사들은 총 자산규모,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실적, 채권 인수, 리서치 부문 등에서 저마다 1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게 바로 실적이다. 1분기 주요 증권사의 순이익은 210억∼470억 원대에 속했지만 유독 대우증권만 606억 원대를 기록했다. 올 한 해 수익은 예년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우증권은 현재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안정적 수익을 올리며 미래가치를 높이고 있다. 삼성증권에 이어 2위이던 시가총액이 4조 원대를 넘기며 2년 8개월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까지는 반신반의하던 시장 참가자들도 올 5월부터는 그 진가를 인정했다.
사실 1990년대 말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까지 독보적 1위였던 대우증권은 2000년대 들어 흔들렸다. 이런 대우증권이 다시 1위가 된 데는 ‘네 다리가 튼튼한 책상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철학을 토대로 체질 개선에 나선 임 사장의 공로가 컸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은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세일즈앤드트레이딩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만 잘하면 됐다. 영업점이 가장 많았던 대우증권이 가장 잘하는 증권사였다. 그러다 보니 시황에 따라 장사가 잘 안되는 때도 많았다.
임 사장은 “순이익에서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에는 50%가 넘었지만 이미 40%대로 줄였고 궁극적으로는 30%대로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IB 부문이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도 이미 10%대로 올라섰다. 대우증권은 브로커리지와 세일즈앤드트레이딩의 비중을 각각 30%로, 자산관리와 IB 비중을 각각 20%로 맞추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대우증권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미 강한 세일즈앤드트레이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최근 본사 3층에 1652m²(약 500평) 규모의 트레이딩센터를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로 메릴린치 등 해외 IB와 비슷하다. 국내외 기관 및 개인을 상대로 채권, 파생상품 등을 팔고 트레이딩을 통해 위험을 헤지하는 일 등을 한다. 위험을 안고가야 하기 때문에 조직이 크고 운용역량이 뛰어나야 한다.
임 사장은 “1년 전만 해도 150명에 불과했던 인력을 최근 200명으로 확충했고 앞으로 더 뽑겠다”며 “외국인 고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브로커리지는 국내에서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강남처럼 가능성이 큰 곳은 6개 지점을 추가로 열었지만 영업이 안 되는 충무로지점 등 7개 점포는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장사가 안되는 곳은 과감하게 문을 닫는다’는 게 임 사장의 지침이다. 일부 직원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리되지만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변신할 수 있도록 컨설팅회사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직원연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임 사장은 계획했던 대로 안정적 수익구조가 갖춰지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고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