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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정지태]블루오션 환경기술 누가 선점하나

입력 | 2010-09-09 03:00:00


제주에서 아열대종인 검은슴새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한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남부지역이 아열대 지역으로 변해간다는 소식도 들은 것 같다. TV에 ‘얼음이 녹으면…’이라는 광고가 나온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것이 정답인데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어린이가 대답한다. 나는 이 광고를 보면서 투발루라는 태평양의 섬나라 어린이는 “우리나라가 물에 잠겨요”라는 절망적 대답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고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지구의 환경이 변한다고 걱정하지만 1년 내내 기후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는 20세기 후반 전 세계적으로 산업생산의 급속한 팽창을 경험했다. 이는 엄청난 양의 자원 및 에너지 소비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졌다. 거대한 산업개발이 자연환경을 바꾸고 생태계를 위협한 셈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 국가는 200여 년에 걸쳐 산업화의 역사를 경험했다. 우리는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해마다 10%가 넘는 급속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1990년대를 지나 이제는 주요 20개국(G20)에 들었다. 다른 나라가 2세기에 걸쳐 이룬 업적을 단 50년 만에 성취했다. 급속한 산업화는 부의 불균형한 분배와 같은 사회적 문제 외에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등 환경 문제를 유발했다.

오늘의 환경 문제는 우리 모두가 만든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자연을 그대로 두고 건드리지 않는다고 문제가 생겨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안전한 것도 아니다. 1만여 년 전 인류가 농경사회로 진출하면서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을 때 이미 환경의 오염이 시작됐다. 그 후 인류가 무엇인가 편리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 낼 때마다 환경오염의 문제가 배태하기 시작했다.

요즘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환경성 질환인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에 관한 일본의 연구와 경험은 비슷한 모습의 산업화 과정을 겪고 비슷한 질병 패턴의 변화를 보이는 우리에게 귀중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산업개발로 생긴 환경오염을 극복하는 대응기술을 개발했다. 환경성 질환의 관리와 치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예방 및 치료 기술을 개발하려고 장기간 노력했다. 이제 그 결과를 산업화하여 지금도 경제개발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개발도상국에 이전하고자 한다. 물론 이전을 공짜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안다.

앞으로의 세상은 환경을 조절하고 개선하는 기술을 가진 나라가 강국이고 부국이 된다. 그렇게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환경 문제는 계속 발견되고 이 때문에 생겨나는 환경성 질환의 발병에 관한 실태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여 인간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예방 대책, 기술, 치료약물의 개발이 커다란 시장으로 자라날 것이다.

미래는 정보기술이 지배하는 사회가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우리의 환경을 개선하고 관리할지에 관한 정보기술을 누가 더 빨리, 많이 갖느냐가 미래사회를 이끄는 국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환경의 변화로 생겨나는 질병의 제어 기술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세계 제약시장과 의료시장을 지배하는 강자로 부상하느냐를 결정할 것이다. 의료는 물론이고 환경과 질병부문에서도 과학기술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이자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도구인 셈이다.

정지태 고려대 의대 교수 환경보건센터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