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냐, 일본서 명예회복이냐” 이승엽 향후 거취는? 현장의 소리 들어보니…
이승엽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일본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지만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 그의 향후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응답자 82% “일본서 명예회복”
김성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통해”
김인식 등 원로급 대부분 “일본 잔류”
친정팀 삼성도 국내복귀 회의적 입장
■응답자 18% “국내로 복귀해야”
“한국 야구 활성화 위해 뛰었으면…”
“일본서도 잘했다”…소수 복귀 희망
“이젠 즐기면서 야구했으면” 의견도그 남자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 요미우리 이승엽(34)의 올시즌 후 거취를 놓고 벌써부터 말들이 무성하다. 이승엽이 현재 몸담고 있는 요미우리 안팎에서뿐 아니라 한때 ‘국민타자’로까지 불리던 그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국내 야구계 안팎에서도 이런저런 전망과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로 요미우리와 4년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 그러나 극도의 부진으로 결별은 정해진 수순처럼 돼 버렸다. ‘야쿠트르, 요코하마, 한신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연봉은 최저 5000만엔(7억원)이 될 것’이라는 일본발 언론 보도도 들려온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홈런왕의 앞길에는 이제 국내 복귀, 명예회복을 위한 일본내 재도전 또는 제3의 길(미국 진출)이 놓여있다. 스포츠동아는 올시즌 후 예상 가능한 이승엽의 진로에 대한 국내 야구인들의 견해와 정서를 엿봤다. 물론 선택은 온전히 이승엽의 몫이다.
구단별로 5명씩, 40명에 과거 이승엽과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은 스승과 선배 10명을 더해 총 50명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압도적 다수인 41명이 ‘일본에 남아(또는 더 큰 무대인 미국으로 건너가)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해주길’ 희망했다. ‘출전기회가 보장되는 팀을 새로 택해 지난 3년간 요미우리에서의 부진을 씻어야 이승엽답다’는 얘기였다.
원로급 야구인 대부분은 국내 복귀를 반대했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지만 시즌이 끝나고 11, 12월이 되면 분명히 일본내에서 이승엽을 원하는 팀들이 나온다. 몸값도 지금 얘기하는 수준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약을 제안해올 팀들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바롯데에서 이승엽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던 SK 김성근 감독은 “일단 뛸 수 있는 일본 다른 팀을 찾아야 한다. 다른 팀에서 부를지는 모르지만 이승엽이 일본에서 뛰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삼성 구단 입장에서도 현재 있는 선수들과 (연봉) 갭이 커지지 않나. 당연히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돌아오는 건 본인에게도 힘든 일일 듯싶다”며 조심스레 일본 잔류를 점쳤다.
이승엽과 함께 뛰었거나 이승엽을 동경해온 선수들도 비슷했다. 연속경기홈런 세계신기록의 주인공인 롯데 이대호는 “일본이든, 메이저리그든 다른 팀으로 옮겨서 출장기회만 보장된다면 당연히 3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며 이승엽의 재기를 염원했다.
재치 넘치는 답변도 있었다. 한화 류현진은 “명예회복을 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솔직히 그동안 잘 하셨기 때문에 명예가 크게 훼손된 것도 없지만, 그래도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국내 복귀는 절대 반대다. 돌아오면 나랑 붙어야 하니까”라며 맞대결에 따른 부담감(?)을 나타냈다.
이승엽의 복귀를 희망한 응답자는 9명으로 소수였다. 그러나 그 논리는 탄탄했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국내 야구 활성화를 위해선 이승엽이 홈런타자라 돌아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돌아올 때도 됐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일본에서 더 뛰라고들 하는데 이승엽은 이미 일본에서 충분히 보여줬다”며 복귀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주니치에서 이병규를 복귀시킨 LG 이영환 단장은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 국내에 돌아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뛰었으면 좋겠다. 화려하게 일본에 나가 나름대로 성공한 시즌도 있었고, 외화벌이도 많이 했다. 또 후배들에게 롤모델 역할도 했다”며 복귀를 당부했다.
○주목! ‘친정’ 삼성은?
이승엽이 고심 끝에 국내 복귀를 결심한다면 공은 친정 삼성으로 넘어간다. 해외진출선수가 국내 복귀를 택할 경우 FA 계약에 준해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이승엽의 엄청난 몸값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 소속구단 삼성이 키를 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구단 수뇌부는 지극히 원론적 또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삼성 김재하 단장은 “섣불리 얘기하기 그렇다. 지금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보다 우선은 시즌 끝난 뒤 움직임을 지켜보는 게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즌 초부터 줄곧 이승엽의 복귀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던 선동열 감독은 아예 “우리에 팀에 와도 자리가 없다. 몇 년간 성적을 낸 것이 없지 않나. 연봉이 많이 깎이는 것도 당연하다”며 일본에서 분발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