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개과천선 했어요” 황기순은 1997년 필리핀 원정 도박으로 거액을 날린 뒤 2년여 동안 귀국하지 못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도박의 유혹을 끊고 현재는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전문가들이 말하는 ‘도박중독과 치료’
“행위중독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이 도박중독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와 상담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중독에는 마약, 본드 등에 의한 물질중독과 도박, 섹스, 인터넷 등 행위중독이 있으며, 행위중독 중에서도 특히 도박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대부분 중독자가 그렇듯 본인들은 도박을 즐기고 있으며, 스트레스 해소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많이 할 뿐이라는 것이죠. 도박중독의 치료는 스스로 도박중독자임을 인정하는 자기 인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도박중독자의 치료는 다른 중독증상과 마찬가지로 상담치료를 위주로 한다. 필요한 경우 중독성향을 줄여주는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도박중독의 경우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 인터넷 중독 같은 경우 청소년들이 많아 부모, 교사의 감독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도박중독은 성인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손 박사는 “한 마디로 열심히 해야 한다. 최소한 1년이며, 케이스에 따라 2년, 3년도 걸릴 수 있다. 치료를 받아 호전됐다고 해도 언제 또 재발할지 알 수 없으므로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가족, 친지 등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중요하다. 다른 중독자에 비해 유독 도박중독자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려 하기보다 비난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손 박사는 “무작정 비난을 하기보다는 질병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도박중독치유기관 ‘유캔센터’ 한영옥 상담사는 “도박중독은 심리적인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며 철저한 평가를 통해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