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물체는 물덩어리 - 통나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초긴장 상태에 있는 한국 해군이 8일 동해에서 이상물체를 발견하고 폭뢰(물속에서 일정한 깊이에 이르면 저절로 터지도록 만든 수중 폭탄) 30여 발을 투하했다. 북한 잠수함의 침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조치였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통나무 10여 개가 전부였다.
동해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링스헬기는 이날 오전 7시 10분 거진항 동쪽 15km,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24km 해역에서 미상의 물체를 탐지했다. 음파탐지기에 수중 잠수함으로 보이는 물체가 있는 것으로 신호가 잡힌 것이다.
군은 즉각 경계태세를 발령하고 구축함과 초계함, 잠수함, 해상초계기(P-3C) 등을 급파했다. 당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공군 전투기도 대잠수함 작전 임무로 전환하도록 했고, 지상 공군기지에도 발진 대기태세를 내렸다.
군 관계자는 “미상의 물체가 탐지된 직후 해군이 폭뢰를 투하했고 미상의 물체는 3시간가량 음파탐지기에 계속 잡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가 되자 폭뢰를 투하한 해역에서 10m 길이의 통나무 10여 개가 떠올랐다고 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을 통해 “미상의 물체는 계절적 특성으로 나타나는 수괴(水塊·water mass·물덩어리. 수온, 염분, 용존산소 등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주변의 해수와 달라 덩어리처럼 구분됨) 현상 또는 수중 부유물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괴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면서 발생하는데, 음파는 밀도와 온도, 염분의 차이로 굴절이 생기기 때문에 과거에도 수괴가 잠수정으로 오인된 적이 있다”며 “물에 불은 통나무가 물속에 있다가 음파에 탐지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날 북한 잠수정의 침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서해의 잠수함 기지를 정밀 감시했으며 특이 동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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