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안무가 전인정 씨…“서양음악엔 없는 장단”인간문화재 김용택 씨…“恨풀어주는 몸짓에 푹∼”전수조교 김정희 씨…“처음엔 긴장도 했지만…”세 사람 의기투합으로 작품 ‘원<一, one>’ 무대에
동해안별신굿 장단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현대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 현대판 굿판을 벌인다. 9∼11일 공연하는 ‘원’의 연습 장면. 사진 제공 원더스페이스
“서양 현대음악에도 이런 음악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 장단 안에서도 수없이 박을 가르고 들어가는 그 즉흥성은 정말 최고였죠.”
그때의 감동을 공연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전 씨는 3년여 전 함께 무대에 섰던 김정희 씨에게 연락해 작품을 제안했다. 전 씨는 주로 독일에서 활동하며 피나 바우슈가 수상하기도 했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NRW 무대예술상’과 독일 뒤셀도르프 시가 수여하는 2006 공연예술상을 수상하며 인정받고 있는 컨템포러리댄스 안무가. 그런 그가 한국 전통음악 가락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렵다는 동해안별신굿에 빠져들게 된 순간이었다.
현대무용과 동해안별신굿이 만났다. 왼쪽부터 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 씨와 인간문화재 김용택 씨, 안무가 전인정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공연을 위한 공연은 하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치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굿도 결국 그 장단과 가락으로 사람을 두들기고 정신을 차리도록 만드는 거잖아요.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전 씨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자 김용택 씨가 천천히 한마디 거들었다. “인간문화재라고 너무 목에 힘을 주고 그러면 안 돼. 받침이 될 수 있어야지. 내가 받침이 돼줄 만하다고 생각을 했어. 현대무용 처음 봤지만 참 좋은 걸 하더라고. 춤이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춤이야. 요즘은 그런 게 없지. 많이 하지도 않고.”
‘원<一, one>’에는 푼어리장단, 동살풀이장단, 휘모리장단, 드렁갱이장단, 어청보장단 등 동해안별신굿의 다섯 장단이 등장한다. 여기에 맞춰 전 씨를 포함한 무용수 3명이 춤을 추고, 때로는 의자나 공 같은 간단한 소품으로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 배경에는 미디어아트 작가 박미향 씨의 작품이 등장한다. 화를 잠재우거나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의미가 있는 불교의 다양한 수인(手印)이 교차, 반복되는 영상이다. 공연 말미에는 푼어리장단과 함께 이 수인이 산산이 꽃으로 화한다. 현대식 굿판을 벌이는 셈이다.
전 씨는 “전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 공연은 직접 전단을 돌려가며 꼭 보러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해안별신굿이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정말 수십 년간 해온 분들이에요. 덩기덕, 하면 쿵덕! 하고 ‘착’ 들어올 줄 아는 분들요. 그 장단 안에 철학도 있고 다 있거든요.” 김 씨가 덧붙였다. “그냥 우리 공연이 최고라는 말이야.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