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미인도가 춤이 되다인간문화재 한영숙 선생 직계제자30년 갈고닦은 ‘이은주류’ 선보여“고구려 벽화도 춤으로 표현할 것”
“전통을 보존, 계승하면서도 당대의 색깔을 새롭게 입히는 춤을 추고 싶습니다. 이번엔 춤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춤이 되는 모습을 무대에 꾸며보았습니다.”
인천대 공연예술과 이은주 교수(55)가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무어화(舞於畵)’ 공연을 펼쳤다. 이 교수는 ‘승무’ ‘학춤’ 등 전통춤으로 첫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던 한영숙 선생(1920∼1989)의 직계 제자로 ‘한영숙 살풀이춤 보존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한영숙류’와 ‘이은주류’ 춤을 나란히 선보였다. 스승의 벽을 넘어 30여 년간 갈고닦아온 자신의 ‘색깔’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다.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홀린 듯이 춤을 추어 왔지만 이제 어떤 열매를 맺을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어화’란 이름으로 그 열매를 보여드렸는데, 스승께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길 바랄 뿐입니다.”
인천대 이은주 교수가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무어화’ 공연을 했다. 전통 음악과 그림을 춤으로 표현한 ‘이은주류’ 춤을 처음 선보였다. 사진 제공 인천대
2부 공연에서는 금선무, 시화무, 굿거리춤, 소고놀이 등의 ‘이은주류’ 춤을 선보였다. 거문고 가락에 노니는 부채춤과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를 보는 듯한 춤 등 그림 같은 자태를 뽐냈다. 또 자진머리 장단 등 흥겨운 가락에 풍물굿을 연상하게 하는 춤도 이어졌다.
무대장치도 특이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기와집과 매화나무 같은 자연풍경을 갖춘 무대에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춤사위가 펼쳐졌다. 이 교수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아닌 바바람에 퇴색한 한옥의 모습을 춤으로 연출했고, 무속의 ‘시나위 장단’을 바탕으로 한 춤에서는 삶과 죽음이 승화된 경지를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것을 자꾸 잃어버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고구려 벽화를 춤으로 표현하는 등 한국 춤의 명맥을 잇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서정주 시인의 작품을 소재로 ‘西으로 가는 달처럼…’이란 창작 춤을 선보여 인천문화재단으로부터 2007년 ‘우현 예술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제3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