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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농약-비료 제로… 한국판 ‘기적의 사과’ 수확

입력 | 2010-09-09 03:00:00

전남 장성 전춘섭 씨 과수원 ‘100% 자연 농법’ 결실

日개발자 조언 받아 3년 전 심어… 올해 1만3000개 수확
‘인공물’ 철저히 배제해 쉽게 안썩어… 2012년부터 판매




4일 전춘섭 씨가 전남 장성군 남면 평산리 자신의 과수원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보며 웃고 있다. ‘기적의 사과’는 지난해 처음으로 4100개를 수확했으나 올해는 1만3000개가 열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8일 전남 장성군 남면 평산리의 한 사과나무 과수원. 전체 면적이 8200m²(약 2500평)인 이곳에서 전춘섭 씨(72) 부부가 장갑을 낀 채 사과나무의 해충을 일일이 잡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4일부터 5일 동안 손으로 해충 4000여 마리를 잡았다. 전 씨의 부인 박정자 씨(70)는 “하루에 8시간씩 해충을 잡는 생고생을 해도 현재까지 사과 판매수익으로 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곳 사과나무 720그루는 2007년 3월 심은 뒤 농약이나 비료는 물론이고 퇴비나 친환경 제제도 쓰지 않았다. 올해는 사과 1만3000개가 열렸다. 사과는 최대한 자연환경에 가깝게 재배했다.

인공적인 것은 강풍 피해를 막기 위해 세운 지주대 등이 전부다. 이처럼 재배한 사과는 쉽게 썩지 않고 단단해 ‘기적의 사과’로 불린다. 농약과 비료를 쓴 같은 수령의 사과나무에서 그루당 120여 개씩을 수확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20% 수준이다. 사과는 다음 달 수확하지만 양이 적어 시중에 판매하지 않는다.

전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기적의 사과 4100개를 수확해 자신이 소속된 유기농 생산, 판매 단체인 한마음공동체 회원들과 나눠 먹었다. 이후 “기적의 사과를 먹고 싶다”는 암 환자나 피부질환자 등 수십 명의 주문이 쇄도했다. 인천지역 학원장과 학부모들은 기적의 사과 공동구매에 나섰다가 “판매할 사과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겨우 두 개를 받아 한 조각씩 맛만 봤다고 한다.

전 씨는 일본에서 기적의 사과가 8년 만에 수확된 것에 비해 한국판 기적의 사과는 3년 만에 결실을 거뒀다. 그는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를 처음 재배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 현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 씨에게 조언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실정에 맞는 자신만의 농법으로 기적의 사과 수확기간을 단축했다. 지난해 첫 수확을 한 뒤 일부에서 “토양에 비료성분이 남아있어 사과가 열렸다. 점차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더 많은 사과가 열려 이 같은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전 씨가 이처럼 한국판 기적의 사과를 가꾼 것은 1990년부터 시작한 유기농법의 풍부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땅을 1m 깊이로 파 사과나무를 심었다. 땅 표면 30cm 아래에 형성돼 있는 단단한 층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단단한 지층은 비료가 누적돼 형성된 것으로 나무가 자라는 데 악영향을 준다는 것. 또 사과밭에 호밀 등 5, 6종류의 식물을 심어 뿌리가 받는 더위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였고 나무의 자연 면역력을 높인 것도 조기 수확에 큰 보탬이 됐다.

전 씨는 “수확량이 충분해지는 2012년부터 기적의 사과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암 환자나 자녀 이유식을 만들려는 주부들에게는 사과 값을 깎아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적의 사과는 모든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농사꾼의 자존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