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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워치]뉴욕타임스 자립의 길 vs CNN 제휴의 길

입력 | 2010-09-09 03:00:00

뉴욕타임스, R&D팀 만들어 신기술 개발… 온라인 뉴스 유료화 등 선도
CNN, 애플-페이스북 등과 손잡고 방송-소셜 미디어 접목




지난달 말 미국 USA투데이 신문은 대규모 사업개편을 발표했다. 인력을 줄이고 디지털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1982년 설립한 USA투데이는 가벼운 내용과 컬러 지면을 내세워 2년 전까지 미국 내 최대 발행 부수를 기록했으나 최근 신문업계 전반의 부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직원 1500명의 9%에 해당하는 130명을 해고하고, 사업 비중을 스마트폰,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편집국도 개편했다. 과거 지면 제작에 맞춰 세부적으로 부를 나눴던 것을 큰 분야별로 통합하는 ‘콘텐츠 그룹’을 운영하기로 했다. 편집국장은 모바일 독자층이 많은 생활면을 담당하는 부국장이 승진 임명됐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신문과 방송은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 AP, CNN, NBC 등이 사업 개편을 발표했다. 개편 내용은 대략 비슷하다. 디지털 전략을 보강하고 이에 맞춰 인력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는 미디어 기업들의 디지털 전략을 크게 두 가지 모델로 분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모델과 CNN 모델이다. 미국 신문과 방송을 대표해온 두 매체의 디지털 전략은 대조적이지만 새로운 매체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올해 초 빌 켈러 뉴욕타임스 편집인은 하버드대 초청 강연에서 “우리는 ‘저널리즘 기업’인 동시에 ‘기술 기업’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2006년 미디어업계에서 가장 먼저 독자적인 연구개발(R&D) 그룹을 만들었다. 지금은 BBC, 뉴스코프 등도 R&D 부문을 운영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가 R&D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신문사가 왜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느냐”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R&D 인력은 초기 12명에서 현재 40∼50명으로 늘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추진하는 온라인 유료화 시스템 개발은 R&D 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화보다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인터페이스’ 전략이다. 전자태그(RIFD) 칩만 있으면 휴대전화, PC, TV 등 다양한 플랫폼에 바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뉴욕타임스 콘텐츠를 끊김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출근길에 RIFD칩을 스마트폰에 장착해 뉴욕타임스를 읽었다면 사무실에 와서 PC에 연결해 계속 읽을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있는 TV에 칩을 연결하면 동영상과 함께 뉴스를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자체적인 신기술 개발에 관심을 쏟는다면 CNN은 다른 기업이 개발한 뉴미디어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전략이다. KC 에스텐슨 CNN 수석 부사장은 “우리의 최우선 전략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과 가장 먼저 손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미국 주요 언론사 중 가장 먼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으며 소셜 미디어를 활용했다. 2008년 11월 CNN닷컴이 페이스북과 연동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생방송한 것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사례다. 페이스북을 활용한 덕분에 CNN의 2008년 대통령 선거 보도는 하루 2130만 건의 조회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뉴미디어 기술 접목의 가시적인 성과에서는 CNN이 앞서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신세계를 개척하는 데 있어서 상반된 전략을 택한 두 미디어 거물 중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미디어업계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정미경 기자 언론학 박사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