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2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2주 가까이 지난 현재 부동산시장에서는 기대심리와 관망심리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반짝’ 이어지는 반면 대책 발표 이전과 마찬가지인 분양지역도 있었다. 주택 매입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자 전세금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8·29 대책의 후속조치를 9월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므로 추석 연휴 이후 부동산 거래의 숨통이 트일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분양 지역별로 활기-침체 엇갈려
8·29 대책 시행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침체된 아파트 분양시장도 조금씩 살아날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8월 말 입주를 시작한 4000여 채 대단지인 경기 고양시 일산자이위시티 분양사무소에서는 문의 전화와 방문객이 대책 발표 이전보다 2배가량 늘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추석 연휴에는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보고 모델하우스를 열 계획”이라며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8월 30일 분양한 안양시 관양지구 휴먼시아 아파트는 1순위에서 최고 5.2 대 1, 평균 3.2 대 1의 경쟁률을 거두며 선전했다. 하지만 1일부터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했던 동아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서울 용산구 ‘용산 더프라임’의 청약률은 66%로 마감하는 데 그쳤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중대형 유형 위주로 미달되기는 했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는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 매매시장에서는 눈치싸움
주택 매매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맞서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2000만 원씩 올리고 있다. 또 이번 대책의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목동, 용산 등 지역에 대한 관심도 늘었고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파크리오 등 그간 급매물이 나왔던 아파트 단지에도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가격을 올리려는 매도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수인들의 문의 전화가 늘었지만 시세를 알아보고는 별로 안 내렸다는 생각에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용산구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급매물이 회수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가격이 많이 떨어진 소형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시세와 비슷한 선에서 거래가 2건 있었지만 이 정도의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비강남권 기존 주택을 팔고 오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대책의 영향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 추석 연휴가 고비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직은 관망세가 우세하지만 추석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 시장에서 대책 효과가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적응 기간도 필요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시기도 있기 때문에 추석을 지나야 반응이 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3월 말까지 자금 지원도 이어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폐지된 만큼 내 집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고 이를 이용하려는 매도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9일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부동산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전세자금 보증한도 확대와 전세금 반환자금 대출을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생애최초 구입자금 지원과 신규주택 분양자의 기존주택 구입자에 대한 지원요건 완화 등의 국민주택기금 지원 대책을 13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