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건강검진 급증… 전문가들 찬반 논란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에 서 20대 직장인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고 동맥경화 위험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북삼성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받는 20, 30대가 5년 새 10% 가까이 늘었다. 20∼24세 수검률은 77.66%에서 85.73%로, 25∼29세 수검률은 76.4%에서 84.33%로 늘었다. 30∼34세가 63.08%에서 72.89%로, 34∼40세가 60.88%에서 70.25%로 각각 10%포인트 늘었다. 다른 연령대가 50%를 갓 넘긴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 20, 30대 건강검진 꼭 필요할까
건강검진이 질환 발견이 아니라 질환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김명수 강북삼성병원 홍보팀장은 “아직 직장 검진자가 많지만 최근에는 질환의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일반 검진자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20대의 건강검진은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경희 건보공단 일산병원 가정의학과장은 “20, 30대의 경우 1000명 중 1명에게서 질환을 발견할 정도로 확률이 낮은 만큼 내시경, 초음파를 주기적으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이때는 기본검사에 주력하고 여성의 경우 40대에 유방암 검진, 남성은 50대에 위암 검진 등으로 빈발하는 질환을 집중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병 조기발견-생활습관 개선 효과, 음주-흡연-가족력 있을땐 받아야”
대한가정의학회 지침에서도 20, 30대 건강검진은 의학적으로 권하지 않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5대 암 검진에 대한 가이드라인에도 20대는 포함되지 않는다. 위암은 40세 이상 연령에서 2년에 한 번 위내시경이나 위장조영술을 받는 것을 권하며, 대장암은 50세부터 5∼10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간암은 B형간염 보균자처럼 위험인자를 갖고 있을 경우에는 30대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반면 일찍부터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갖기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권혁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는 “음주, 흡연 등 생활습관 관리는 20대부터 시작해야 평생 건강할 수 있다”며 “질환을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혈압·혈당·비만도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은 20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음주, 흡연, 간염보균자, 가족력, 스트레스 등 위험요인을 갖고 있으면 20대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견율 0.1%… 초음파 등 비효율, 위험인자 없으면 기본검사로 충분”
○ 20, 30대 건강검진 이것을 주의하자
건강검진을 하려고 마음먹은 20, 30대라면 대한가정의학회의 가이드라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남성은 20대 후반에는 1, 2년 간격으로 혈압체크를 하고 B형 간염 면역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A형 간염,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 측정, 이상지질혈증(고위험군만 해당), 우울증 등을 검사하는 것이 좋다. 여성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추가로 산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장은 “20, 30대의 경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질환은 가족력이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흡연, 음주로 인해 서서히 길러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