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 강사로 나서 구로구내 어린이집서 교육생소한 음식 함께 먹으며 다양한 외국문화-유적 배워
중국 출신 결혼이민 여성 왕리리 씨(오른쪽)가 7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파니파니어린이집에서 중국 전통 음식인 간더우푸 쌈을 만들어 먹으며 어린이들에게 중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중국요!”
“그건 선생님이 살던 나라 이름이고, 이건 ‘치파오’라고 해요.”
“여러분, 중국 요리 중에서 무엇을 먹어봤나요?”
왕 씨의 질문에 어린이들은 “자장면, 짬뽕, 탕수육”을 크게 외쳤다. 왕 씨는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대추떡, 민물고기찜, 채소볶음, 해물수프 등 다양한 중국 음식을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추석에 송편을 먹지만 중국에서는 월병(月餠)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다문화화하고 있지만 대학 유아교육과 중 다문화 강의가 개설된 곳은 드물다. 수업도 대부분 이론에 치중한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에서도 다문화가정 아동이 늘고 있지만 어린이집 교사들이 직접 다문화 교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 이 프로그램은 결혼 이민자들이 강의를 해 아이들이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왕 씨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들은 사회복지관에서 한국어와 다문화 강사 교육을 받은 ‘준비된’ 선생님이다.
이날 왕 씨는 중국 가정에서 흔히 먹는 ‘간더우푸 쌈’을 만들었다. 두부를 얇게 잘라 말린 간더우푸에 채소와 고기를 싸 먹는 간더우푸 쌈은 안에 당근 오이 파프리카 등이 들어간다. 평소 편식이 심해 채소를 거의 먹지 않던 강태희 군(5)은 중국 음식에 호기심을 보이며 간더우푸 쌈을 네 개나 먹었다. 강 군은 “자장면만 맛있는 줄 알았는데 간더우푸도 정말 맛있다”며 “중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스하고 재료를 비빔면처럼 이렇게 섞어요.”
김 씨의 요리는 캄보디아 샐러드인 ‘넘 싸잇 모어’. 양배추, 파프리카, 오이, 당근, 닭고기 등이 들어간다. 고추와 땅콩이 들어간 소스가 입에 맞지 않는 듯 김우림 군(4)이 “맛이 이상하다”며 혀를 밖으로 내밀었다. 김 씨는 “누나도 처음 김치를 먹었을 때는 이상했지만 계속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며 익숙하지 않아도 맛을 느껴 보도록 권했다.
아이들은 김 씨가 준비해온 사진 자료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과 수상시장 등에 대해 설명하자 눈이 동그래졌다. 파니파니어린이집 이순란 원장(58)은 “부모 중 한쪽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 출신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원아 70여 명 중 10명 정도”라며 “어린이들이 맛을 통해 외국의 문화를 느끼며 ‘다른 것’을 편견 없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