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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에 사는 사람들]“고국 요리 만들며 다문화 가르쳐요”

입력 | 2010-09-14 03:00:00

이주여성들 강사로 나서 구로구내 어린이집서 교육
생소한 음식 함께 먹으며 다양한 외국문화-유적 배워




중국 출신 결혼이민 여성 왕리리 씨(오른쪽)가 7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파니파니어린이집에서 중국 전통 음식인 간더우푸 쌈을 만들어 먹으며 어린이들에게 중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선생님이 입은 옷 이름이 뭔지 아는 친구?”

“중국요!”

“그건 선생님이 살던 나라 이름이고, 이건 ‘치파오’라고 해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7년이 넘은 중국 출신의 주부 왕리리(王莉莉·35) 씨가 7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파니파니어린이집’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아이들 앞에 섰다. 어린이들은 화려한 붉은 옷감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왕 씨는 이날 구로구가 11월까지 운영하는 ‘이주여성과 함께 떠나는 지구마을 요리나라’ 프로그램의 강사로 나섰다.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출신 여성이 자국(自國)의 요리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으며 고향의 문화를 소개하는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말부터 구로구 내 어린이집을 돌며 매주 화 수요일 열고 있다.

“여러분, 중국 요리 중에서 무엇을 먹어봤나요?”

왕 씨의 질문에 어린이들은 “자장면, 짬뽕, 탕수육”을 크게 외쳤다. 왕 씨는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대추떡, 민물고기찜, 채소볶음, 해물수프 등 다양한 중국 음식을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추석에 송편을 먹지만 중국에서는 월병(月餠)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다문화화하고 있지만 대학 유아교육과 중 다문화 강의가 개설된 곳은 드물다. 수업도 대부분 이론에 치중한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에서도 다문화가정 아동이 늘고 있지만 어린이집 교사들이 직접 다문화 교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 이 프로그램은 결혼 이민자들이 강의를 해 아이들이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왕 씨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들은 사회복지관에서 한국어와 다문화 강사 교육을 받은 ‘준비된’ 선생님이다.

이날 왕 씨는 중국 가정에서 흔히 먹는 ‘간더우푸 쌈’을 만들었다. 두부를 얇게 잘라 말린 간더우푸에 채소와 고기를 싸 먹는 간더우푸 쌈은 안에 당근 오이 파프리카 등이 들어간다. 평소 편식이 심해 채소를 거의 먹지 않던 강태희 군(5)은 중국 음식에 호기심을 보이며 간더우푸 쌈을 네 개나 먹었다. 강 군은 “자장면만 맛있는 줄 알았는데 간더우푸도 정말 맛있다”며 “중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구로구 구로동 ‘본동어린이집’에서는 캄보디아 출신 김미연(캄보디아명 초웁 찬피런·25) 씨가 전통의상 ‘삼포트’를 입고 아이들 앞에 섰다. 200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김 씨 역시 다문화 강사로 일하고 있다.

“소스하고 재료를 비빔면처럼 이렇게 섞어요.”

김 씨의 요리는 캄보디아 샐러드인 ‘넘 싸잇 모어’. 양배추, 파프리카, 오이, 당근, 닭고기 등이 들어간다. 고추와 땅콩이 들어간 소스가 입에 맞지 않는 듯 김우림 군(4)이 “맛이 이상하다”며 혀를 밖으로 내밀었다. 김 씨는 “누나도 처음 김치를 먹었을 때는 이상했지만 계속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며 익숙하지 않아도 맛을 느껴 보도록 권했다.

아이들은 김 씨가 준비해온 사진 자료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과 수상시장 등에 대해 설명하자 눈이 동그래졌다. 파니파니어린이집 이순란 원장(58)은 “부모 중 한쪽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 출신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원아 70여 명 중 10명 정도”라며 “어린이들이 맛을 통해 외국의 문화를 느끼며 ‘다른 것’을 편견 없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