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끝났으니 이제 진짜로 망가져야죠, 하하하”영화 ‘무적자’로 돌아온 송승헌.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 송승헌은 저우룬파가 연기했던 이영춘으로 분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 한국판 영웅본색 ‘무적자’서 저우룬파 연기 송승헌
홍콩 느와르가 원작…조금은 비현실적 설정 인정하죠
하지만 원작을 알든 모르든 ‘무적자’는 충분히 매력적
한때 장궈룽 찾아와 영화 제의…거절한 것 못내 아쉬워
오우삼 감독 직접 만나니 영화 칭찬만 …감안해 들었죠
탄탄한 근육, 매끈한 피부, 짙은 눈썹과 뚜렷한 이목구비는 연기자 송승헌(34)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10∼20대 꽃미남 스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송승헌은 10년 동안 꿋꿋하게 잘생긴 연예인의 대명사로 통해냈다.
그런데도 송승헌은 “영화나 드라마가 끝난 요즘같은 비시즌에는 마음껏 먹고 망가진다”며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다듬어진 모습만 보니 언제나 몸이 좋다고 생각 하는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 든 송승헌이 자신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 제대 후인 2008년 출연한 영화 ‘숙명’부터다. 지난해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거친 모습을 보여주더니, 새 영화 ‘무적자’(감독 송해성·제작 핑거프린트)에서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남자로 분했다.
16일 개봉하는 ‘무적자’는 홍콩 느와르의 상징인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 송승헌은 원작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저우룬파(주윤발)가 연기했던 이영춘 역을 통해 남자들의 진한 우정의 중심에 섰다.
- 주인공 남자 4명 중 비교적 출연 비중이 적은 이영춘 역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송해성 감독이 ‘일단 보고 얘기하자’고 해서 만났다. ‘영웅본색’에 대해서는 저우룬파 선배의 쌍권총, 장궈룽(장국영)의 공중전화 장면을 기억한다. 1편부터 3편까지 다 뒤섞인 기억 같다. 남자들의 로망이고 전설인 작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영춘에게 끌린 건 저우룬파의 기억도 있었지만 자유롭고 뛰어놀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형제 사이인 혁(주진모)과 철(김강우)의 갈등은 1년 동안 ‘에덴의 동쪽’에서 해봤던 연기라 다시하기에는 벅찼다.”
- 촬영 후 아쉬움이 남는다면.
“음…. 영춘의 액션 장면은 18세 관람가 수준으로 찍었지만, 개봉을 앞두곤 15세 관람가로 편집됐다. 영춘이 복수를 위해 태국 조직들을 제거하는 장면은 몇 가지 버전으로 나눠 찍었는데 그 중 수위가 좀 낮은 게 들어갔다. (조)한선이와 대결하는 장면도 잔인한 건 대부분 뺐다. 감독님이 수위 조절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은데 비주얼을 생각하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 장면에선 동시에 60발의 총알을 맞고 죽는다. 가짜 총탄이라고 해도 그게 다 화약인데. 맨살에 60발의 화약이 튄다고 상상해봐라. 화상도 입고. 아픈지만 희열은 느꼈다. ‘숙명’이나 ‘에덴의 동쪽’에서도 액션은 했는데 이번엔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설정이었다. 게다가 어쩌면 비현실적인 장면들, 가령 총에 맞았는데도 선글라스를 꺼내 쓰는 모습은 영화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하하.”
- 여성 관객 입장에서는 ‘망가진 송승헌’을 보는 일도 낯설다. 영화에서 다리를 다치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나와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관객이 안쓰러워하고 눈물도 흘려야 하는 장면들이었다. 완전히 망가진 모습이 필요했는데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찍다가 중단도 했다. ‘더 망가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몇 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머리도 감지 않고 촬영장에 갔다.”
- ‘영웅본색’을 만든 오우삼 감독이 내한해서 ‘저우룬파보다 송승헌이 귀엽다’고 했다. 혹시 출연제의도 받았나.
“오우삼 감독님은 ‘무적자’ 배우들과 다 같이 만났는데 우리 앞이라 그런지 칭찬만 하더라. 그걸 감안하고 들었다. 오우삼 감독은 곧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그 때는 한국 배우들이 필요한데 같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아직 구체적인 얘기는 아니다.”
- 혹시 저우룬파, 장궈룽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나.
“장궈룽 씨와는 함께 출연할 뻔했던 기회가 있었다. 2002년 영화 ‘일단 뛰어’를 촬영할 때 장궈룽 씨가 양수리 세트를 찾아와 같이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영화를 같이 하자고 제의했는데, 인연을 맺지 못했다. 얼마 뒤에 (사망)소식을 들었는데 같이 일하지 않은 걸 정말 후회했다.”
송승헌은 ‘무적자’ 개봉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한다. ‘무적자’ 무대인사 등 홍보활동을 마무리한 뒤 11월13일에는 일본에서 마츠시마 나나코와 호흡을 맞춘 영화 ‘고스트’를 선보인다. ‘고스트’는 데미 무어 주연의 ‘사랑과 영혼’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2월에는 김태희와 주연을 맡은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드라마에서 송승헌은 재벌가의 후계자이자 외교관인 완벽한 남자로, 김태희는 짠순이 여대생으로 만나 신데렐라 스토리를 꾸민다.
- ‘무적자’부터 ‘고스트’, ‘마이 프린스세’까지 1년 내내 새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언론이나 겉으로 나온 모습,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문제를 겪고 고민을 했는지 속내는 모른다. 그래서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오는 것도 같고. 하하. 예전엔 출연한 작품이 망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나이 탓인지 그런 마음이 덜하다. ‘정말 아니다’ 싶은 작품이 아니라면 쉬지 않고 일할 생각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