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사장은 삼성전자 사장으로는 두 번째로 이 행사의 기조연설을 맡았습니다. 첫 번째는 2002년 CES의 기조연설을 맡았던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었지만 경쟁사인 소니 등과 비교하면 아직 인지도가 부족했습니다. 강력한 브랜드가 없었던 거죠. 진 전 장관은 그런 상황에서 CES의 기조연설을 맡아 삼성전자의 ‘존재감’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특히 이 기조연설 내용은 삼성전자가 단순히 전자제품을 품질 좋게 조립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내용이라 더 돋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컴퓨터 기술과 통신 기술을 전자제품에 적용해 사람들이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자유’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것이었죠. 지금은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으로 이런 개념이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혁신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진 전 사장은 나중에 정보통신부 장관이 된 뒤 기자들을 만나면 이 기조연설 얘기를 자세히 들려주곤 했습니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을 위해 두 손을 움직이는 제스처를 따로 연습했고, 발성 훈련도 했으며 영어 발음 교정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미국에서 오래 공부해 영어엔 문제가 없었지만 더 또렷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마지막 디테일까지 다듬었다는 거죠.
지금 삼성전자는 TV 분야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TV 세계 1위’를 굳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 사장은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출신이죠. 윤 사장도 TV의 성공을 바탕으로 내년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삼성전자의 모습을 제시해 ‘메이저 전자업체 가운데 하나’였던 삼성전자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