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여 감염증을 치료하려는 인류와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여 생존하려는 세균 간의 전쟁이 지금까지 치열하게 벌어졌다. 세균은 인류가 만들어 낸 항생제에 내성을 갖춰 맞서고 인류는 내성을 가진 세균에 대응하기 위해 또 다른 항생제를 만들어 반격을 하는 방식이다.
페니실린에 내성인 황색포도상구균은 메티실린 제제가 개발되면서 치료의 길이 열렸다. 메티실린에도 내성인 세균에는 반코마이신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한 세균이 출현했고 인류는 다시 신약을 개발해 탈출구를 열었다. 이들 치료제로 효과를 볼 수 없었던 그람음성세균은 카바페넴으로 대응했다. 카바페넴을 대체할 수 있는 항생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이 항생제는 그람음성세균 치료에선 마지노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하지만 일단 항생제가 임상에 사용되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내성세균이 발견되곤 한다. 그동안 다양한 항생제를 개발했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 제약회사 쪽에서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제보다 급성질환 치료에만 사용되는 항생제가 매력적인 수입원이 아니라는 점도 항생제의 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는 하나의 원인이다.
슈퍼박테리아의 확산은 우리에게 후(後) 항생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한다. 전(前) 항생제 시대에는 항생제가 없어서 감염증을 치료할 수 없었지만 후 항생제 시대에는 세균이 모든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해서 항생제 치료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세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외국보다 더 높은 한국은 이런 위협에 훨씬 많이 노출돼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에 의한 집단감염이 중환자실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건 당국은 이와 같은 사례가 한국에서 보고된 바 없다고 하지만 이 슈퍼박테리아의 비율이 50% 이상으로 일본의 5% 이하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우리나라에서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후 항생제 시대의 도래를 늦추기 위해선 슈퍼박테리아의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슈퍼박테리아 감염증의 표준치료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또 병원에서는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의사는 항생제를 오남용 없이 적재적소에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석훈 연세대 의대 교수 진단검사의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