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의한 채권 수급의 변화는 결국 중장기 채권 금리를 우리 경제의 기대수익률과 다르게 만든다. 지금처럼 글로벌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성장 및 물가 기대와 무관하게 외국인 채권 투자로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자금흐름의 왜곡이나 연금, 이자 생활자의 기대소득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을 해 저축해도 노후에 예금 이자로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채권시장 측면에서는 외국인 채권 투자에 따른 달러 유동성 유입이 외환보유액 증가와 통안증권 발행으로 이어져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차이가 경제에 대한 기대보다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쯤 되면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금리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의 채권시장 역할은 크게 위축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전체 물량을 늘리지 않더라도 국채의 만기 비중을 조절하고 매달 일정 물량을 발행한다는 원칙을 조정하면 시장의 쏠림 현상을 일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은 사실 과거 국내 채권 수요가 취약한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정부가 발행자로서의 권리를 일정 부분 포기하며 만든 것이다. 하지만 수요가 많을 때는 발행을 늘리고 없을 때는 줄이는 것은 발행자의 당연한 권리다.
둘째, 지금처럼 외국인 자금은 중장기 채권에 집중되는 데 반해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발행이 2년 이내 단기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각각의 만기 영역에서 채권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통안증권 발행 만기를 지금보다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경우 같은 만기 국채 발행과의 경합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국채 발행도 같이 장기화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정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연히 이러한 조치들은 글로벌 자금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매력적인 채권시장에는 돈이 유입될 수밖에 없고 그 규모가 커질수록 외국인 투자가들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장 왜곡을 완화하는 방법들을 찾는 노력은 언제든 중요하다.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