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황식 낙점하기까지
김황식 감사원장을 차기 국무총리 내정자로 최종 결정하기까지 청와대는 총리의 콘셉트를 놓고 열띤 논의를 벌여 왔다.
김태호 전 총리후보자의 낙마(8월 29일) 직후 청와대에서는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우선 논의됐다. 그러나 젊은 참모진을 중심으로 “도전적 후보를 찾자”는 반론이 나오면서 한동안 ‘공정한 사회’ 만들기에 적합한 후보군 모색이 진행됐다. 하지만 후보자와 가족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검증에 대한 부담 때문에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의 고사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누구 더 없느냐”며 결심을 미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 내정자는 그동안 청와대의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는 것이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설명이다. 가족들도 “꼭 해야 하느냐”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대통령이 직접 설득해 김 내정자가 총리 제의를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김 내정자는 14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에서 요청한 자기검증 동의서를) 난 아직 안 썼다”고 답해 청와대 주변에서는 “김 원장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한때 나왔지만, 청와대가 ‘평판 조회’를 하고 있는 사실이 동아일보 취재진에 의해 확인되면서 1순위 후보자로 여겨졌다.
임 실장은 16일 “김 내정자는 200개 질문서에 대한 답을 (14일) 국회 발언 이후에 썼다”고 설명했다. 200문항 답변서 제출 후 모의 인사청문회까지 36시간밖에 안 걸린 셈이다.
16일 오전 국회 예결위원회에 출석한 김황식 국무총리 내정자가 쓴 총리 지명에 대한 자필소감문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제공 머니투데이
사상 최초의 ‘모의 인사청문회’는 16일 오전 6시 동틀 무렵 청와대에서 열렸다. “수석비서관들이 동시에 취재요청 휴대전화를 안 받으면 의심받으므로 근무시간 이전에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날 2시간 반에 가까운 모의청문회를 마친 뒤 임 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등 ‘추궁 역할’을 맡았던 참모들은 만장일치로 ‘적격’ 판정을 내렸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국회 예결위에서 “총리 내정 통보를 받지 못했느냐”는 여러 의원들의 질문에 “정식으로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발언을 하던 시각 김 내정자가 총리 지명에 대한 자필소감문을 들고 있는 모습이 한 언론사의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속개된 예결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김 내정자가 거짓말을 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는 “오전 회의 중에 대통령이 만나자고 한다는 연락이 왔었지만 오전까지는 확실한 게 없었다”며 “법률가 출신으로 모든 것을 정확히 하기 위해 그랬던 것인데 뭔가 숨기는 것처럼 비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