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5층 로비에서 뮤지컬 ‘코러스라인’ 제작사인 나인컬쳐 재무이사 김모 씨(왼쪽)가 쇠망치로 A 씨를 위협하는 모습. CCTV 캡처 화면
하지만 화려한 뮤지컬 무대 뒤에는 출연료를 둘러싼 배우와 제작사 간 갈등이 숨어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출연료 225만 원을 받지 못해 김 씨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료를 요구하는 A 씨에게 김 씨는 범행 전날 ‘현금으로 줄 테니 3시까지 극장 로비로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연장 앞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남자의 대화는 1분도 채 가지 못했다. 김 씨가 준비해 온 서류봉투에서 현금 대신 망치를 꺼내 A 씨의 목과 왼쪽 등을 내리치고, 쓰러진 A 씨를 발로 차는 등 폭행을 행사한 것. A 씨는 전치 4주 부상을 입어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같은 대낮의 ‘망치 활극’은 공연장 입구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하지만 CCTV 필름을 확보한 사람은 경찰이 아닌 A 씨였다. 경찰이 코엑스로부터 넘겨받아 조사한 CCTV 5대에는 폭행 장면이 사각지대에 있어 찍히지 않았던 것. A 씨는 “첫 조사 때 CCTV 촬영 장면이 없다는 경찰에게 한 번 더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달 7일 김 씨가 폭행 혐의로 맞고소를 하자 억울한 마음에 내가 직접 공연장에 가서 문제의 CCTV를 찾아 경찰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 요청을 받고 한 차례 더 현장으로 출동해 폭행 장면이 찍혀 있는 또 다른 CCTV의 캡처 화면을 확보했다”며 “김 씨가 이미 범죄 사실을 자백한 데다 A 씨의 피해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CCTV 확보 여부는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경찰에서 “A 씨가 여러 사람이 보는 데서 돈을 달라고 망신을 준 적이 있어 당일 홧김에 우발적으로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흉기 등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