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 시위에 코란파문 겹쳐… 6월 이후 유혈충돌 사망자 100명 육박
60년 넘게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는 인도령 카슈미르의 유혈사태가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 지역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려는 인도 경찰의 충돌로 6월 이후 사망자만 벌써 100명에 육박한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피의 여름’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슬람교도가 약 70%를 차지하는 이 지역 주민들은 힌두교 국가인 인도정부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코란 소각 파문으로 감정이 격화됐다. 또 경찰이 통행금지와 무력진압 등 강경책을 쓰면서 주요 도시의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태다.
최근 사태의 촉발은 6월부터다. 일부 인도 군인이 자국에 침입한 파키스탄 군인 3명을 사살했다면서 정부에 포상금을 요구했지만 조사결과 이들이 사살한 사람은 파키스탄 군인들이 아닌 카슈미르의 무고한 민간인들로 밝혀졌다. 이 와중에 카슈미르의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자 시위대의 분노가 폭발했고 그 후로 이 지역에서 거의 매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6월 이후 이달 16일까지 모두 9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갈등의 주요 원인은 이슬람과 힌두교 간의 종교문제지만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 테리 존스 목사의 코란 소각 발언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몰고 갔다. 존스 목사의 발언에 분노한 이슬람 시위대는 13일 ‘미국 타도’, ‘코란 모독자 타도’ 등을 외치며 경찰과 충돌해 이날 하루에만 카슈미르 전역에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19명이 숨졌다. 당황한 경찰은 카슈미르에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14일에는 “이를 어긴 자는 즉시 총살하겠다”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15일에도 시위대 4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하는 등 사태는 오히려 악화되기만 했다.
마침내 인도 정부는 15일 만모한 싱 총리 주재로 각 정당 지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한다는 결론만 나왔을 뿐 카슈미르 주민들이 주장하는 ‘무장군인특권법(AFSPA) 개정’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AFSPA는 카슈미르에서 진압작전을 벌이는 군인들에게 영장 없는 가택수색과 체포, 민간인 사살 등 무제한의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주민들은 이를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비난해 왔다.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독립한 뒤 서로 영유권을 다투다가 두 나라가 이 지역을 분할통치하면서 시작됐다. 인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교도가 많은 이 지역에선 무장독립운동이 본격화한 1989년 이후 6만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