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낳은 ‘청문회형 총리 후보자’라고 할 수 있다. 돌고 돌아 나온 총리 카드여서 의표를 찌르는 신선미는 없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대교체형 총리로 내세운 40대 김태호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낙마한 뒤 새 총리 후보자의 제1기준이 도덕성처럼 되어버렸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을 지냈으며 현직 감사원장으로 인사청문회와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두 번이나 통과한 인물이다. 정식 총리가 되면 역대 총리 가운데 최초의 전남(장성) 출신이어서 야당의 거부감이 약할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법하다.
총리 자리를 공석 상태로 오래 놔둘 수는 없지만 도덕성과 정책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을 대충 해서는 안 된다. 김 후보자의 경우 도덕성 관련 의혹은 많지 않아 보이나 병역면제 경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군대에 갔다 오지 않은 상태에서 총리 후보자까지 병역 면제자이니 국민이 어떻게 볼지 모를 일이다. 병역면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선택한 배경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천명한 ‘공정한 사회’ 구현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공정한 사회’가 감사원장 출신이나 도덕성에 시비가 없는 무난한 인물을 내세운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중요하다.
정운찬 전 총리가 사의(辭意)를 공식 표명한 7월 29일 이후 49일 동안 총리 공백 사태가 계속됐다. 청문회를 무사히 넘긴다 해도 일정상 다음 달 초에나 총리로 임명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높아진 검증의 벽을 통과해 정부조직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국정의 추진력을 발휘한다면 나라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