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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요 나눔예술]대중과 함께 호흡하다

입력 | 2010-09-17 03:00:00


《‘함께해요 나눔예술-Happy Tomorrow’(www.nanumart.com)에는 저마다의 눈으로 나눔을 바라보며 대중과 호흡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대의 작은 변화로 고정관념을 깨고, 늘 색다름으로 관객을 만나며, 신명으로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이다.》

▼ 박세원 서울시 오페라단장… 고정관념 깨고 ▼
“주부-노인도 브라보… 아무데서나 박수치면 어때요”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휴대전화 컬러링이죠. 이수인 선생의 ‘내 마음의 강물’입니다.”

서울시오페라단 박세원 단장(62)의 컬러링에서 오페라가 그의 삶이라는 걸 읽었다면 과장일까. 그는 2006년 부임한 이래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찾아가는 오페라’를 펼쳐왔다.

“오페라는 특권층 장르란 인식 때문에 접하지 못한 층이 너무 많아요. 오페라도 접해 봐야 뭔지 알지 않겠어요?”

그는 ‘해설이 있는 오페라’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떠들자 구민회관 쪽에서 입장 연령을 제한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영상해설을 해주니 금세 조용해지지 않던가요? 연령 제한을 풀어야 젊은 엄마들이 오페라를 볼 수 있지요. 주부나 노인도 ‘브라보’를 외치지 않습니까? 아무 데서나 박수 치면 어때요. 즐기는 거고 배우들도 좋아합니다.”

그는 사실주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자신이 1992년 주인공 셰니에로 출연한 인연 깊은 작품. 절제된 생활로 자신에게 엄격한 그는 우리 오페라의 글로벌화도 잊지 않았다.

▼ 강지은 서울시극단 배우… 색다름의 무대
“나눔은 내 운명… 한달 20차례 공연에도 늘 새로워”


아랍 풍자극 ‘왕은 왕이다’ 공연에 출연한 서울시극단 배우 강지은 씨(41), 그가 맡은 역은 자신이 왕이란 망상에 빠진 남편을 대신해 갖은 고생을 하는 아내 움무잇자다.

나눔공연에 대해 물었더니 ‘색다름’이란다. “2002년 입단해 나눔 무대에 숱하게 섰는데, 무대와 관객층이 공연마다 달라 늘 색다른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정기공연과는 또 다른 뿌듯함이 느껴지는 무대예요.”

서울시극단은 올해 25회 나눔 공연 중 7월 한 달간 20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재개발로 사라질 초등학교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너무 고마워하며 이뤄지지 못할 다음 공연에 섭섭해하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생생해요.”

1987년 연극에 입문한 강 씨의 전공은 국문학. 여고시절부터 연극을 좋아해 늘 떨면서 연극을 관람했다. 공연 전 긴장하는 배우처럼. 돌이켜보니 ‘아, 그때 내가 이 일을 하려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연기 얘기가 무르익자 차분하던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좋아하는 얘기, 특히 연기라면 발랄해진단다. 배우라는 존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강지은, 그는 천생 배우다.

▼ 방승환 전통타악硏예술단장… 신명이 춤추다 ▼
“전통 풍물에 남미음악 접목… 젊어지는 타악으로”


9일 오후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야외무대에선 전통타악연구소 방승환 예술단장(51)과 단원들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둥둥, 둥둥둥.’ 대고(大鼓)와 모둠북이 울리며 공연의 흥을 예고했다. 그래서 물었다. 나눔 예술 키워드가 ‘신명’ 아니냐고.

“맞아요. 언젠가 노인시설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판에 박은 듯한 무용에다 민요로만 공연을 짜는데, 그게 아니라고 말이죠.”

방 단장의 ‘젊어지는’ 타악 콘셉트는 그렇게 나왔다. 우리 전통 타악에 남미음악을 접목한 것. “5인조 안데스 음악 그룹 ‘유야리’는 페루 사람들로 제가 직접 현지에 가서 뽑았습니다. 음악을 전공하고 작곡능력도 있어요.”

국립국악원과 서울시무용단을 거친 방 단장은 독립예술단으론 드물게 월급제로 단체를 운영한다. 형편이 어려워도 좋은 공연을 위해서라면 음향, 조명 등에 기꺼이 돈을 들인다.

“미래관객인 어린이 교육에 집중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공연을 보고 훗날 단원이 된 제자도 있어요. 어릴 적 교감 선생님의 지도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죠.”


▼ “연주자도 청중도 즐거운 수업” 박태영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장

“음대생으로 구성된 유스오케스트라는 전문 오케스트라에 맞먹는 실력입니다. 무엇보다 공연 경험을 많이 쌓은 덕에 기본이 탄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박태영 단장(47·사진)은 단원들의 강점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다 이내 우수한 단원들이 졸업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나눔예술은 연주자나 청중 모두에게 수업과 같다고 봅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즐기되 연주자는 충분하게 준비하고, 청중은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박 단장은 일본 도쿄대 음대를 졸업하고 평양과 모스크바에서 수학한 뒤 한국에 정착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그의 가풍은 남한보다 북한에 가까웠다. 평양음악무용대학 유학은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 “관객들에 감성의 포만감 제공” 임평용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

대학 2학년 때인 1973년, 동아콩쿠르 한국음악 및 서양음악 작곡 부문에 동시 입상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임평용 단장(57·사진). 국악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 그에게 이는 국악도의 자존심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악은 양악에 비해 ‘찬밥’이었으니까.

“너흰 서양음악을 하지만 난 ‘음악’을 한다는 거였죠. 고등학교까지 피아노를 익혔지만 대학에선 국악을 공부했어요. 잘 알던 목사님이 ‘너의 세계를 가져라’고 한 게 계기였죠.” 이후 임 단장은 작곡과 오케스트라 지휘로 영역을 더욱 넓혀 국악과 양악을 모두 다루는 보기 드문 인물이 됐다.

“나눔공연이 고조될 무렵 탭댄스 협연을 시도하는 것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뭔가 포만감이 있어야 한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공연 한번 잘 봤다’라는 것 말이죠.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관객심리도 잘 알아야 해요.”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