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지킴이 ‘아름지기’ 李箱탄생 100주년 앞두고 강연-시낭독 행사
16일 오후 ‘이상의 거리를 거닐다’ 행사에서 소설가 한유주 씨(마이크를 든 사람)가 이상의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쓴 산문을 낭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20년대 말 경성고등공업학교 재학 당시 교내 화실에서의 이상.사진 제공 소명출판
1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대림미술관 4층 전시장.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강연에서 박현수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인 이상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상의 거리를 거닐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단체 아름지기가 이상 탄생 100주년(9월 23일)을 앞두고 그가 주로 살았던 통인동 일대에서 그의 문학과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했다.
박 교수의 강연에 이어 스티븐 카프너 서울여대 영문학과 교수가 ‘20세기를 사는 19세기식 모던 보이’,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날개 달린 식물의 공간’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이상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공간의 오디세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실험정신은 이 시대 건축가들에게 영감의 저수지로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서울대 국문과에서 이상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일인 기테 초흐 씨가 이상의 시를 낭독했다. 무용가 정영두 씨는 이상의 실험정신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행사에 참가한 KTX 기장 강은옥 씨는 “강의를 들으니 이상이 왜 천재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상상력의 빈곤에 빠진 문화계는 그에게서 새로운 문화적 키워드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부 정은숙 씨는 강연을 듣고 이상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상의 문학작품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아름지기는 통인동 154에 있었던 이상의 집을 복원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 집은 이상이 1912∼1933년에 기거했던 곳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9년 7월 이 땅을 매입해 아름지기에 복원 및 활용을 맡겼다. 건축가들이 매주 모여 설계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름지기는 이곳에 내년 말까지 ‘이상의 집’을 만들어 그와 관련한 기록을 보관하고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집은 서촌 일대의 문화적 거점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 집터 복원해 전시-기록보관 계획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