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나중에 다시 시도하기. 우선은 그 뒤 사무실만 턴다'. '○○자동차 정비골목. 4층 사무실. 그냥 들어가지 말고 첫 골목에서 뒤로 돌아 들어갈 것.'
17일 오전 2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업체 창고로 침입하려던 이 모 씨(52)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씨의 소지품 중에는 복면과 드라이버, 절단기 등 절도범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범행용품 외에 유독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이 씨의 '작업일지' 노트였다.
일지 속에는 경찰도 혀를 내두른 이 씨의 대담한 '작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개포동과 도곡동 일대 17개 건물들의 이름과 위치, 층별 사무실 업종, 들어가는 지름길, 도주로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둔 것. '노래방 뒤로 돌아가 3층으로 올라간 뒤 작업. 이후 2층 비상계단을 통해 대치동 방향으로 나간다' 등 범행 대상 층수를 기록한 경우도 있었고 'A 건물을 먼저 털고 B 건물은 나중에 다시 시도' 등 범행 순서를 적어두기도 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