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등급 공개는 핵심 인재 유지에도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능한 직원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떠나는 반면 성과가 낮은 직원은 달리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DBR 그래픽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이완 바란케이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현장실험을 통한 사회적 등급 및 평가제도의 효과 검증’에서 이 속설에 의문을 제기하며 “비교평가가 오히려 전 직원의 나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등급이 높은 직원은 ‘내가 이미 최고인데 더 노력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고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은 아예 좌절해서 업무의욕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5호(9월 15일자)에 실린 바란케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요약한다.
바란케이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아마존닷컴의 웹서비스인 미캐니컬 터크를 통해 330명의 직원을 모집했다. 그는 이들을 상대로 두 가지 실험을 했다. 미캐니컬 터크는 온라인상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할 근로자를 모집해 일감을 주고 참여한 시간이나 성과 등에 근거해 임금을 주는 서비스다.
첫 번째 실험에서 바란케이 교수는 총 330명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는 작업이 완성됐을 때 작업의 정확도에 대한 평가 결과를 알려줬고 두 번째 그룹에는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후 어떤 그룹의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더 선호하는지 조사했다.
직원들이 자신에 대한 평가등급을 알고 싶어 할 거라는 기존 통념을 감안하면 첫 번째 그룹의 업무가 당연히 더 높은 인기를 끌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평가 결과를 알려주기로 한 첫 번째 업무에 다시 지원한 참가자는 76명에 불과했다. 반면 업무정확도 결과를 알려주지 않은 두 번째 업무에는 254명의 근로자가 몰렸다.
재미있는 점은 실험 후 설문조사에서는 자신의 업무완성도를 알고 싶다고 답한 참가자들이 74%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실제로는 자신의 평가등급을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이와 다른 대답을 한다.
○ 업무의 생산성도 떨어져
바란케이 교수는 사람들에게 평가등급을 알려주는 행위가 향후 이들의 작업의욕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도 했다.
그는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개 그룹에 배정했다. 첫 번째 그룹에는 작업성과를 평가한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는 평가등급 및 내용을 알려줬다. 이어 두 그룹의 작업이 끝난 후 참가자 모두에게 동일한 e메일을 보내 추가 작업을 요청했다.
이 실험의 결과 역시 앞선 실험과 비슷했다. 작업의 정확도를 알려주지 않은 그룹의 참가자 중 66%가 추가 작업에 순순히 응했다. 반면 평가 결과를 알려준 그룹의 참가자들은 불과 42%만이 추가 작업에 응했다. 작업의 질 또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평가 결과를 알려준 그룹의 작업생산성은 다른 그룹보다 22%포인트 낮았다.
바란케이 교수는 단순히 평가등급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가 결과를 보너스나 승진 등 다양한 보상 정책과 연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실증 연구 결과 평가등급이 보상과 연결돼야 직원들의 성과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과 평가 결과가 고용주의 결과 공개 의지와 관계없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업종이라면 높은 등급을 받은 직원들에게 보상을 하는 방법이 전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그는 “훌륭한 고용주는 자신의 직원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라며 “경영자는 성과 평가 결과를 공개했을 때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평가등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일에 더 매진할 거라는 확신이 들 때만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는 의미다.
정리=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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