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 못한 미국 정부는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제임스 베이커 미 재무장관은 달러 강세 시정을 요구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낸다.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엔과 마르크 등 주요 통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각국이 외환시장 협조 개입도 불사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서 냉전 시절 자유진영 리더였던 미국의 압도적 파워가 영향을 미쳤다. 지금부터 25년 전의 일이었다.
▷달러당 26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플라자 합의 여파로 1987년 말 122엔대로 급락했다. 일본은 해외 진출과 원가 절감으로 급격한 엔고를 극복했지만 훗날 거품경제와 ‘잃어버린 10년’ 같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1995년 4월에는 달러당 80엔이 처음으로 무너져 79.75엔까지 환율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주요 7개국(G7)이 엔저(低) 유도에 합의해 역(逆)플라자 합의로 불렸다.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고는 1980년대 후반 한국의 ‘3저 호황’, 역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저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