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마 - 대장금 이어 日젊은 여성들을 사로잡다모둠전에 막걸리 “간빠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일본인의 모습은 이제 낯선 광경이 아니다. 16일 저녁 일본 오사카의 한식당 ‘한일관’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일본인들(왼쪽 사진)과 도쿄의 한 한식당 앞에 마련된 막걸리 광고판. 도쿄=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사진 제공 aT 오사카지사
나카야마 다카테루(中山준彰·25) 씨가 거래처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 한쪽에서는 삼겹살이 익고 있었고, 4명의 일행은 도토리묵과 모둠전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한국의 저녁 회식 자리처럼 보였다. 나카야마 씨는 “한 달에 한두 차례는 이곳에서 저녁을 먹으며 막걸리를 마신다”며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친구의 권유로 처음 마셔본 뒤 자주 마신다”고 했다. 한국에서 불고 있는 막걸리 바람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20, 30대 여성에서 전 계층으로
실제로 이 식당은 ‘거봉막걸리’ ‘매실막걸리’ 등 다양한 막걸리칵테일을 판매하고 있었다. 막걸리를 찾는 일본인 손님이 늘면서 이 식당은 아예 ‘막걸리+모둠전’(3500엔·약 5만 원)과 같은 세트 메뉴도 내놓았다.
일본에서 막걸리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3년여 전부터다. 이종견 aT(농수산물유통공사) 도쿄지사장은 “한국과 일본의 막걸리 붐이 서로 교차하면서 지금처럼 양국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배용준과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한류 바람은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다녀온 일본인들이 막걸리를 찾기 시작했고, ‘일본에서 막걸리가 인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국에서도 막걸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 이 지사장은 “소비층도 초기에는 20, 30대 여성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더 넓고 두꺼워졌다”고 분석했다.
오사카(大阪)에서 15년째 한국 식당 ‘한일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희 사장은 최근에 생막걸리 전용 보관 용기를 들여놨다. 10L들이 통 2개가 달린 이 용기는 차가운 상태를 유지해주고, 막걸리 특유의 침전물이 가라앉지 않도록 해준다. 이 사장은 “막걸리를 찾는 손님이 많아 용기 가득 막걸리를 채우면 딱 하루 판매량이 된다”며 “일본인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고 귀띔했다. 이 식당의 손님 중 95%는 일본인이다. 이곳에서 만난 후지와라 쇼이치(藤原昌一·44) 씨는 “막걸리 자체가 좋아서 마신다”며 “독주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에도 맞고, 목 넘김도 부드러우며, 무엇보다 맛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40여 업체가 막걸리 시장에 뛰어든 탓에 벌써 과열 경쟁의 기미도 보이고 있다. 노태학 aT 오사카지사장은 “이제 막 무르익기 시작한 일본 내 막걸리 시장이 국내 업체들의 출혈 경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며 “일단 현지 유통망을 확보한 뒤 진출해야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오사카=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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