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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彼奪其民時하여 使不得耕?하여 以養其父母하면

입력 | 2010-09-20 03:00:00


맹자는 양혜왕에게 “땅이 사방 백 리라도 왕 노릇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하고 땅이 사방 백 리라도 왕 노릇 할 수 있는 것은 仁政을 실행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이쪽에서는 仁政을 행하는데 敵國(적국)은 仁政을 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말했다.

彼는 적국을 가리킨다. 맹자는, 적국이 만일 백성으로 하여금 농사철에 밭 갈고 김매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농사철을 빼앗아 부역과 전역에 동원한다면 결국 그 나라 백성의 부모는 얼고 굶주리며 처자는 서로 흩어져 가족구조 자체가 해체되어 국가 기반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것은 仁政을 행하지 않는 상황을 가설한 것이다. 따라서 양혜왕이 만일 仁政을 행하지 않는다면 위나라도 이렇게 국가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이 점에서 맹자의 변설이 돋보인다.

民時는 백성이 밭 갈고 김매는 등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귀중한 시간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백성이 자신의 생업에 안정적으로 종사하는 시기를 뜻한다. 使不得耕누의 使 뒤에는 民이 생략되어 있다. 不得은 養其父母까지 걸린다. 耕누(경누)는 밭을 가는 일과 풀을 제거하는 일이다. 離散(이산)은 서로 헤어져 이리저리 흩어짐이다.

앞서 맹자는 仁政의 큰 조목으로 省刑罰(생형벌·형벌을 줄임)과 薄稅斂(박세렴·세금 거둠을 적게 함)을 들었다. 여기서는 奪其民時(탈기민시)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얼른 보면 서로 층위가 다르다. 하지만 백성의 생활 안정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仁政은 공허한 관념이 아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